불확실함은 흔히 안개처럼 묘사되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그건 더 질기고, 더 낯설고, 더 고집이 세다.
불확실함은 나를 따라다니는 어떤 기묘한 존재다.
처음엔 그림자인 줄 알았다.
언제나 내 옆에 붙어 있으면서 말은 없고, 손도 없고, 발도 없다.
하지만 내가 걸음을 옮기면, 그 존재는 내 앞에 먼저 도착해 있다.
문득, 나보다 먼저 내가 걷지 않은 길을 살피고는,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인다.
그 머뭇거림의 방식은 불쾌할 만큼 익숙하고, 묘하게 나를 닮았다.
불확실함은 방향을 묻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이쪽일 수도 있고, 저쪽일 수도 있어.”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바뀔 수도 있어.”
“네가 알고 있는 건, 아마 틀렸을 거야.”
그 질문은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문지방에 쪼그려 앉아 있는 고양이 같다.
이리 와서 쓰다듬으라며 부른 듯한 눈빛을 하다가, 손을 내밀면 날카롭게 할퀴고 달아난다.
결국 나는 상처를 안고도 그 문을 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서성인다.
그래서 불확실함은 정지된 감정이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하는 힘.
그 상상의 대부분은 좋지 않고, 가능성의 모양은 늘 비틀리고 일그러져 있다.
결정은 미뤄지고, 말은 머뭇거리며, 눈은 흔들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낯선 존재와 오래 같이 지낸다.
불확실함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내 일상의 의자에 앉아 나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때론 거기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그 존재가 다시 나를 본다.
버스에서 흘끗 지나가는 풍경, 정답을 모르겠는 질문, 망설임이 머문 눈동자.
나는 아직도 불확실함을 쫓아내지 못했고,
어쩌면 그것은 내게 늘 함께할 여행자인지도 모른다.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질문을 품게 하는 존재.
확신 대신 침묵을, 선택 대신 기다림을 가르쳐주는 존재.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 낯선 동행자와 함께 하루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