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부서지는 중이었다

by 윤하루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프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누구를 붙잡지도 않았다.
그냥,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히 무너졌다.

사람들은 멀쩡해 보인다고 했다.
밥도 먹고, 말도 하고, 웃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마음 안쪽 어딘가는 조금씩 금이 가 있었다.
스스로도 그게 어디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금은 퍼지고 있었다.

내가 쓰러지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한 건
내가 너무 조용히 아팠기 때문이다.
소리 내 울지 않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장 난 기계처럼 그저 작동했다.

어쩌면 나는
버티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게 아니라
그저 멈춰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괜찮다'는 말에 나를 밀어 넣고 있었던 것 같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으니까.
그 불편함조차 내가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 정말로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부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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