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하루」

by 윤하루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다시 눕고, 커피를 내리고 마시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해야 할 일도 있었고,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미뤘다.

가끔은 그런 날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 하지 않으면 왠지 뒤처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세상은 늘 바쁘게 돌아가고,
멈춰 있는 나만 낙오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조급함도, 비교도, 성취욕도 잠시 꺼두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기로 했다.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하루가 되는 건 아니니까.
숨 쉬듯 흘러간 하루도 분명히 존재한 하루니까.
지워버릴 필요 없는, 충분히 살아낸 하루였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했던 하루였다.
억지로 웃지 않았고, 괜히 바빠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나로 있는 시간을 허락해준 하루.

가끔은 그래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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