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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이 Jun 06. 2023

사장님 나빠요

나를 공무원으로 만든 사람들

1998년IMF로 인하여 내가 원하던 국립대의 경쟁률이 너무 높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집 근처에 있는 대학의 건축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방대에서는 뱀의 머리는 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이과계열 중 그나마 적당해 보이는 학과라고 생각해서 선택을 했다.

대학 4년 공부는 열심히 했고 좋은 학점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지만 현실을 직면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지잡대 건축학과 졸업자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건축사사무소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은 것인데.... 일이 없 건축사사무소의 직원들은 하나둘 떠나고 나 혼자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고 대학 친구들은 서울에서 직장 다니고 대학원 다니는데 나만 이곳에서 발전 없이 시간만 보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납품한 도면을 조금 수정하거나 건축사사무소 소장님의 대학원 논문을 도와드리는 일이 전부였다.

나름 큰 결심과 함께 사표를 내고 자기 발전을 위한 자격증 공부취업위해 언니가 살고 있는 분당으로 상경했다.

건축사사무소 다니면서 벌어둔 돈도 있어서 반년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격증 공부와 동시에 잡리아에 입사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자격증은 땄지만 입사는 실패했다. 나의 입사 실패를 들은 교수님의 소개로 작은 석재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다행히 언니가 사는 분당 근처에 공사현장이 있어 아침 7시 출근, 밤 10시 퇴근의 노동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인부 아저씨 근부를 시공사에 제출하고 캐드 도면 작성하고 대리님 상부님 시키는 업무를 했다. 5시 인부아저씨들 퇴근하면 그날 작업량 체크하고 서류정리하고 퇴근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매일 변하는 건물을 볼 때 성취감 같은 것이 있었다. 건물 준공이 나고 나는 본사가 있는 삼성동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고 공무팀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공무팀에서 업무를 배우던 중 갑자기 부도가 났다고 이틀 회사를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듣고 집에 있었다.

작업반장님이 나에게 전화가 했지만 무서워서 받지 못했다.

이틀 후 출근하니 하청업체와 작업반장님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지금까지 일한 것에 대한 서류정리를 해주고 직원들끼리 노무사에게 밀린 월급과 퇴직금 처리를 의뢰했다.

알고 보니 회장이 의도적으로 부도를 낸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들어고 한 사람의 결정으로 직원들은 모두 백수가 되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타의에 의해 잠시 백수가 되었고 친한 부장님이 본인이 옮기는 회사로 오라고 해서 작은 석재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 회사는 직원이 열명쯤 되는 회사였고 직원들과는 정말 가족같이 지냈다.  

오후 4시에 사장님이 술을 먹자면 업무를 접고 술을 먹는 회사....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재대로에서 오바이트를 하게 만든 회사였다.

잦은 회식이 있었고 어느 날 집에 간다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는데 내 볼을 꼬집으면 웃었다.

집에 오며 매우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시절엔 성추행에 다한 인식이 적어 긴가민가하여 상당소에 상담글을 남겼다.

상담소 의견성추행이며 당당히 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직원이 열명인 회사에서 사장에게 사과요구라니.....

현실과 동떨어진 조언과 실행할 수 없는 현실

그때 결심했다.

공무원이 되기로...

적어도 공무원은 공정하고 깨끗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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