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짱이 Jun 07. 2023

대장발급은 내 업무가 아니다.

외부인에서 내부인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나는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심지어 아빠가 지방행정공무원이었는데도 무슨 일을 하지 묻지도 않고 시험을 본 것이다.

무작정 공무원은 편하고 안정적이고 공정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무원이 되었다.

'시설직이니 동사무소에서 건축물대장 발급 업무 정도를 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출근 전날 나는 많이 아팠다. 긴장도 했을 것이고 원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몸살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첫 출근에 못 나간다고 전화를 할 수는 없었다.

9시까지 군청 인사부서에 가서 여러 서류를 작성하고 군수님께 임용장을 받고 배치된 부서로 갔다.

첫 출근이니 적당히 알려주고 빨리 들어가라고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의 사수는 당시 30대 후반 노총각으로 성질이 좀 있는 분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건축허가, 건축신고, 건축법 협의, 건축법 위반건축물 단속, E-AIS, 출장결재, 예산 등등....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들을 쏟아 내었다.


건축물대장발급하는 것이 아니었나? 나 잘못 선택한 건가?


당황과 충격에 마음이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다른 직원한테 인사를 가야 한다면 나를 데리고 나갔다.

나를 데리고 다니며 하는 말은 "넌 이제 죽었다.", " 건축사를 믿으면 안 된다", " 앞으로 각오해라"

여러 부서를 돌며 인사하고 읍면사무소를 돌면 선배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심지어 퇴근시간이 6시가 넘었는데 선배들과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저녁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밤 10시 집에 도착했다.

부모님께는 말하지 못했지만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이 된 첫날 난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철밥통 편안한 직장은 없는 것이구나.

이전 02화 6개월 동안 죽은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