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준비일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 :) 마지막 글을 작성한 뒤 거의 1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정신없이 비행을 다녀왔었다. 다른 승무원과 스케줄을 한번 바꿨다. 때문에 호주 시드니에서 본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세부 턴어라운드, 그리고 그 다음 날 프랑스 파리 비행까지 연달아서 3개의 비행을 미니멈 레스트 시간만 지킨 뒤 바로바로 다녀왔었다. 그렇게 11월의 마지막이자 12월의 첫 비행을 프랑스 파리로 마무리 및 시작하고 오늘은 휴무이다. 11월의 총 비행 시간을 112시간으로 마무리했다. 연달아 세 개의 비행을 하니 몸은 좀 피곤했을 지언정,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느낌이다. 원채 돌아다니고 일하는 것을 나쁘지 않게 생각해서 그런가보다 :)
오늘은 승무원의 자질 중에 하나로 내가 생각하는, '말을 예쁘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 얘기하려고한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흔한 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말을 예쁘게 한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근데 승무원으로서 말을 예쁘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최근에 다녀 온 프랑스 파리 비행 브리핑 룸에서 사무장님이 하나 공유하고 싶다면서 말씀하신 내용이 있다.
"내가 이 비행 전에 **비행을 다녀왔어. 근데, 승객이 한 멘트가 있는데 여러분들이랑 공유하고 싶어서 말해주려고 해. 들어봐. 나는 항상 ##항공사를 이용하고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승무원들이 정말 친절하고 월드 클래스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번 **비행에서 부사무장 S와 크루 V는 정말 최악의 승무원들이었다. 본인들의 업무를 해야하는 건 이해하지만, 나에게 말하는 목소리며 억양이 마치 나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Terrible했다. 이게 바로 승객이 남긴 VOC란다. 그러고 준 점수는? 당연히 최악의 점수를 줬지. 문제는 함께 비행한 크루들도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거고."
승무원으로 일한 뒤, 위와 같은 멘트를 종종 승객들의 VOC (Voice of customers) 이메일을 통해서 나도 봤었다. 승무원들의 업무를 이해하지만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말하는 단어의 선택, 억양, 목소리 톤 등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승무원의 업무는 무엇일까? 바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안전 앞에서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강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승무원들의 트레이닝 중에 비상상황 시 구호 및 Brace position 관련해서 교육받으면, 정말 큰 목소리로 소리치듯이 말한다. 영어에는 반말과 존댓말 구분이 크게 단어를 바탕으로 나뉘지는 않지만, 국내항공사에서는 반말로 말하는 것을 쉽게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머리 숙여!' 와 같은 것처럼 말이다. 굳이 이런 위급 비상상황이 아니더라도, 안전과 관련된 비행의 이착륙 시 기내 준비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말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이다.
위의 크루들이 승객에게 최악이라는 말을 들은 이유는 뭘까? 그렇다. 마치 본인이 선생님인 것처럼, 승객을 다그치듯이 그저 단호하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좀 더 부드럽게 말을 예쁘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해당 VOC의 내용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항상 브리핑 룸에서 크루들이 서로에게 본인들의 각오 및 이번 비행에서는 꼭 지키자며 말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말을 예쁘게 하자"와 관련된 말은 꼭 나온다. 그 말을 요약하자만 바로 아래와 같다.
"We are world class cabin crew. I understand that sometimes we need to be firm to our passengers. But be gentle. Not like a teacher. Firm but politely. That's why choice of words and tone of your voice are very important. Be mindful focus on "How we deliver" rather than "What we deliver". (아마 내 글을 읽는 승무원 준비생들이라면, 위의 글을 잘 활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언어는 단어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완성은, 바로 단어를 바탕으로 그것을 전달하는 화자의 억양, 목소리 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말이다.
승객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분명히 웃으면서 친절하게 보딩을 도와주던 승무원이라 친절할 거라 예상했다. 근데 세상에, 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단호하고 무섭게 비행 이륙하게 준비하라는데..뭔지 모르게 그 갭 차이가 더 확 와 닿는다. 그리고 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그리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단어나 말에 예민하게 군다. 나는 A라고 말했는데 그걸 B라고 받아들이거나 A1 이나 A2 등과 같은 세부적인 것까지 파고드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피곤함을 피하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단호하되 예의바르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좀 조심스럽게 말하되 이유를 덧붙여서 말한다. 예를 들어서 아래와 같다.
"선생님. 준비 되시면 이륙 준비를 위해서 창문 덮개를 올려주시겠습니까? 선생님, 저희 이륙 준비를 위해서 메고 계신 가방은 좌석 앞 밑에 놔주시겠습니까? 비상 상황 시에 이 가방이 팔걸이에 걸려서 선생님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충전 중이신 케이블을 이륙을 위해 제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륙 중에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이유를 덧붙여서 말하거나, 준비가 되시면 나를 좀 도와달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오직 이착륙 때에만 이런거니 양해해달라고 말하면 승객들은 알았다면서 친절하게 다 내 지시에 따라준다. 특히나 나는 "준비가 되시면" 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승객들을 너무 푸쉬하지도 않고,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배려를 보여주면서도 내 업무를 말했기 때문이다. 뭐, 나의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 너무 부드럽고 친절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의 이런 말하는 방식으로 승객들에게 말을 받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늘은 승무원의 자질 중에 하나로 내가 생각하는 말을 예쁘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 말을 해봤다. 물론 승무원의 메인 업무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의 입장에서 한번만 더 생각해보고 말을 뱉는 그런 승무원으로 내 글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이런 마음을 변치말고 꾸준히 지키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지켜가야겠지 :)
부디 여러분이 내 글을 통해서 좋은 인사이트를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