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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Aug 27. 2024

I still Remember You

EP.트레이닝 일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트레이닝 졸업식 날. 회사 크루 부서에서도 제일 높으신 분들이 졸업식을 축하하러 와 주셨다. 졸업식이 끝나고, 다과를 즐기는 시간에 부서에서도 제일 높으신 피터 (가명) 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피터는 참 반가우면서도 인생에 있어서 감사한 인연인데, 그 이유는 그가 내 파이널 인터뷰 면접관이셨고, 그 분이 나를 합격시킨 거나 다름없었다. 당시 면접 때, 그가 이렇게 높으신 분인 걸 나는 몰랐었지만 말이다. 


반갑게 피터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우선 그는 나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면서, 다음 솔로 비행이 인천인지, 한국인 크루로서 힘든 점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그러고는 나에게 한국 인터뷰에서 합격하고 온 건지 물어보셨다. 나는 그에게 해외 오프데이에 참가해 합격했었다. 당시 오프데이 국가에 거주했던 거 아니고,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경유해 면접봤던 나라까지 갔던 경유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너가 내 파이널 면접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Oh, really? It was you! I still remember you.' 


세상에 마상에. 시간이 꽤 흘렀고, 수많은 면접자들이 그를 스쳐갔겠지만 여전히 그는 나를 기억하셨고 나는 굉장히 놀랐었다. 그리고 그게 너였구나 하면서 우리 회사 사람 다 됐다는 뉘앙스로 웃고 계셨다. 그러고는 내가 말했다.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피터가 말했다. ‘I thought that you're such a strong person who can manage and handle this long journey. I could feel your desire at that time.' 


당시에 꽤나 면접국에 거주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나처럼 꿈을 위해 면접에 참여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파이널 면접에 들어갔을 때, 한국 사람인데 이 면접에 어떻게 알고 참여했느냐, 너도 여행 차 방문 한 거니 ? 라고 피터가 물어봤었다. 딱 봐도 이전 면접자들 중에서 꽤나 다수가 여행하면서 들렸다고 한 것이 보였다. 어쩌면 내가 똑같이 말했다면 얘도 여행 차 온, 대답이 같던 한국인 면접관 중에 하나로 기억되었을 수도 있었다. 근데 나는 면접에 임하기 전 스스로 다짐한 약속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솔직하게 면접에 임하자’ 는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아뇨. 저는 이 면접만 바라보고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 베트남에서 이곳, 여기에 왔습니다.’ 


그러자 피터와 옆에 있던 여자 면접관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셨고, 동시에 환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둘은 말했다. ‘Amazing.'


면접 하나만 보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 오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려나. 꽤나 많겠다만 지원자들 중에서 몇몇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거주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여행 차 방문했다면서 말하기도 한다. 근데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나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왔다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행히 나의 면접관 두 분은 나의 회사에 대한 열망, 승무원에 대한 열정과 갈망을 보고 ‘ 이 지원자는 강한 사람이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버틸 수 있을 인재구나’ 라고 느꼈던 것이다. 면접관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승무원으로 일했거나, 현직 상사들이다. 당연히 많은 크루들을 만났는데 눈빛, 태도, 말투 하나만으로도 몇 초 만에 회사에 맞는 인재임을 고르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일 터. 내가 만약에 똑같이 여행 왔다고 했다면, 아, 얘도 또 거짓말을 하네. 라고 생각했을지 누가 알까?


사실 내 스스로 약속한 ‘솔직함’은 파이널 면접 이전 단계였던 2차 토론 면접에도 먹혔었다. 당시에 주어진 주제는 ‘면접이뤄진 국가는 좋은 도시다, 아니다.’ 였다. 나는 ‘아니다.’ 로 뽑혔고, 당시에 속으로 어떻게 말해야하나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외항사 면접을 여러 차례 본 사람이라면 알 듯, 표정 관리는 매우 종요했기에 나는 계속 웃으면서 우리 팀원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속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빠르게 정리해나갔다. 그러고는 내 차례가 되어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이 나라, 이 도시가 처음이다. 그리고 어제 호텔 밤 9시 이후에 창문 밖을 바라봤는데 주변에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았다. 한국이라면, 지금 파티 나이트이다.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다닐 시간에 주변에 아무도 안 다녀서 참 무서웠다. 그래서 별로이다. 내가 보기엔 한국이 좀 더 놀고 경험하기에는 좋은 나라라 생각한다. 


그러자 두 명의 면접관이 웃으면서 물어봤다. 한국에서 이 면접 보러 온 거냐고. 맞다고 하니 둘 다 똑같은 반응으로 대단하다고 했다. 그러고 나는 봤다. 그들이 빠르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는 것을. 그러고 우리 조들은 무난하게 전체 다 파이널 면접에 진출했었다. 알고 보니 남자 면접관은 인사팀 담당자였고, 여자 면접관은 현직 선임 승무원이었었다. 


면접 때, 어느 정도의 본인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포커페이스가 유지 안 될 정도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대한 거짓말은 나는 글쎄, 과연 그것이 맞을지 그리고 그냥 솔직해지는 것도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나의 답변과 나의 방향성이 누군가에게는 불합격으로, 누군가에게는 합격으로 다가가겠지. 그저 본인에게 맞고, 본인의 자연스러운 면이 드러난다면 무엇이 되든지 오케이. 솔직해지거나 잠시 동안은 피노키오가 되는 것도 나는 좋다고 봐. 나한테는 솔직함이 그저 합격의 한 요인이었을 뿐이었으니까. 다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없다는 말처럼, 거짓보다는 진심과 진실로 다가가고 솔직한 나의 모습, 내면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내 맘을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날 좋아해주는 면접관이 나타난다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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