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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Aug 27. 2024

에미레이트 항공 YJ 이야기

EP.친구일기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외항사 승무원에 도전한 나. 그 때 나는 지금도 유명한 한 승무원 학원에 등록했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언니들과 동생들과 함께 꿈이라는 목표로 만나 열심히 준비를 시작했었다. 지금은 각자 연락을 하고 살지 않지만, 한 언니는 학원을 다니는 도중에 본인은 나이가 많다면서 그냥 포기했었다. 그러고는 본인이 원하시는 직업이 있다며 길을 변경하셨다. 한 동생은 나이가 너무 어려 딱히 쌓은 경험이 없다며,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늦은 시기까지도 함께 얼굴 봤던 언니도 당시에는 모델하우스에서 일하며 꽤나 괜찮았던 수입과 나이 때문에 이걸 계속 준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었다. 그 이후에 따로 이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현재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당시에 나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과 조이닝 전에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따로 내게 말씀주신 건 없었으니... 그분들은 모두 승무원의 꿈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5명 중에 오직 나만이 현직이 되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연들을 승무원이라는 매개로 많이 만났고, 울고 웃으면서 공부했었다. 함께 같은 꿈을 꾸면서 나아가는 이들 덕분에 그런지 현재 꽤나 어릴 적에는 상상도 못한 승무원 지인이 많아졌다. 같은 꿈이라는 목표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모두 각자에게 맞은 회사를 찾아 현재 트레이닝 중이거나 비행을 시작했다. 다들 현직 승무원이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시간이 지나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 모두 절대 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이 쓰리고, 수많은 고민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어도, 그들은 준비를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의 본인들에게 당당하면서도 꿈이라는 목표 지점에 한 걸음 성큼 성큼 다가가 깃발을 뽑고 38,000피트 상공이 일터인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오늘 들려 줄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터디원 중 한 명이었던 현직 중동 에미레이트 항공 승무원 YJ 이야기다. YJ는 나랑 동갑내기 친구이다. 하루는 YJ가 같은 스터디로 만난 언니 중 한 명이었던 SB언니랑 함께 카타르항공 오픈데이를 갔었다. 그리고 그 둘은 파이널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던 건지, SB언니만 최종합격이 되고 YJ 혼자 떨어졌었다. 그리고 당시에 떨어진 것만 합치면 카타르에 그녀는 3번이나 목전을 앞두고 떨어진 격이었다. 마음이 아프고 또 떨어졌구나하는 자책감에 시달릴 때, 갑자기 YJ에게 에미렛으로부터 파리에서 면접보자고 인비가 날아왔었다. 그러자 SB언니는 자책하고 눈물 흘리는 YJ에게 정신차려라, 이렇게 슬퍼하고 자책하면 에미렛도 물 건너가는 거라면서 다그쳤었다. 에미렛은 YJ의 꿈의 항공사이자 제 1순위였으니까. 


나는 다시 한국 돌아와 YJ와 함께 그녀가 에미렛 파리 면접을 보러 떠나기 전에 함께 스터디를 했었다. 공부를 다 하고 각자 집에 가기 전, 그녀는 내게 갑자기 가는 것이 맞을까 하면서 걱정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말했다. 무슨 소리야, 무조건 떠나. 떠나는 게 맞아. 그리고 나 느낌이 좋아. 이젠 너 차례야. 너 이거 안 가면 평생 후회할거야. 너 이번에 가면 무조건 붙을 거 같아.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 말고 제발 갔으면 좋겠어. 


그녀가 파리에 도착해서 면접 보기 전 날, 나에게 페이스톡을 걸어주었다. 햇살 가득한 호텔 방에서 열심히 나와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그녀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느낌이 좋았다. 걱정이 한 가득이던 그녀에게 나는 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느낌이 좋다면서 계속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런 그녀의 결과는? 합격. 


4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친 YJ. 그렇게 맘 고생 많이했던 그녀는 당당히 중동 최고의 항공사 중 하나이자 모든 외항사 준비생들의 꿈의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벌써 2년을 근무한 꽤나 시니어가 되어 열심히 비행을 다니고 있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에 YJ가 당시에 먹던 걱정으로 인해서 오픈데이를 나가지 않았더라면?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승무원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계속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감히 말한다. 외항사는 포기하지않으면 언젠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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