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도 악플을 받는다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며칠 전에 했던 짧은 턴어라운드 비행에서 만난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근에 내가 받은 VOC (Voice of Customer. 일명 '고객소리함'이라고 하며,고객들이 매기는 서비스에 대한 평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에 대해서 말해줄까? 어이가 없어서...

'나를 응대해줬던 여자 승무원이 너무 뚱뚱했다. BMI 지수에 Fail (실패)해보였다. 예쁜 승무원들을 만나는 것도 우리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예전에 이용했던 이 회사의 명성과 아름다움이 최근에 비행을 했을 때 이렇게 아름답지 않고 뚱뚱한 승무원들로 인해서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세상에...너무하지 않니? 우리는 당신들에게 이뻐보이기 위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라 당신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모시기 위해 존재하는 건데 진짜...얼마나 더 아름다워야할까. 우리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잖아."

해당 승무원이 공유해준 이야기를 듣고서는 모든 승무원들이 다들 화를 내면서 너무한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다른 승무원들 역시 본인들도 최근에 비슷한 VOC를 받았다며,예전에 비해서 나이가 많고 못생긴 승무원들이 많아서 참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다고 공유했다. 그러면서 그 아무리 우리 역시 보여지는 직업이라 하지만,승무원에게도 익명이라는 힘을 빌어서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예인들은 오죽하겠냐면서 혀를 내둘렀다.

승무원은 보여지는 직업이 맞다. 예쁜 유니폼을 입고 공항을 누비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고,우리의 행동과 모습 하나하나가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그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 승무원이 만약에 얼굴이 정말 예쁜 사람들만이 뽑혀야한다면,분명 모든 회사에서는 미스코리아며 외모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을 뽑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승무원이라는 직업은 호감이라는 외모만 있으면 된다. 승무원들의 주된 직업의 목적은,안전하게 승객들을 당신들의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는 중간 다리 역할이다. 친절함과 편안함으로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은 맞지만,무조건 적인 예쁘고 마른 몸매로 승객들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가끔 이렇게 외모로 인해서 뒤에서 욕을 먹고 상처를 받는 승무원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위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두려움이 생겼다. 나 역시 분명 뒤에서 내 서비스와 친절함이 아닌 몸매며 얼굴로 평가를 했을 승객들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다른 승무원들보다 더 차갑게 대하거나 그랬을 수도 있겠지. 참 씁쓸한 현실이다. 승무원들도 외모로 악플을 받는 현실이라니 말이다. 그것이 분명 승무원이 굉장히 무례했거나 큰 실수를 해서 결코 서비스 리커버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결코 쉽게 바꿀 수 없는 개인 고유의 아름다움과 유전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안타깝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의 승객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저렇게 대놓고 타인의 외모에 대해서 지적을 쉽게 일삼는 승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크거나 이상한 본인 세상의 기준과 잣대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이미 더럽혀진 인간이라 생각한다.

사람때문에 상처받고,사람 때문에 치유받고,사람으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 이 직업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던 사실이 순간 머릿 속을 울린다. 나 역시도 승무원이 된 순간부터,아니 승무원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외모,행동,말 등 모든 것에서부터 무언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을 그동안 인지를 하지 못했을 뿐. 나 역시 타인을 바라볼 때 무의식적으로 평가를 한다는 사실 역시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항상 타인을 향한 무의식의 평가로 얼룩져있다. 다만 그걸 입 밖으로 내느냐 안 내느냐의 차이일 뿐.

타인의 잘못된 기준과 잣대,날카로운 말에 상처를 받아야하고 평가를 받아야하는 이 직업에 위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현타가 왔었다. 사실 승무원에 대한 날카로운 선입견들은 많다. 공부를 안한 얼굴이 반반한 여자들이 취집 잘하려고 하는 직업,바람을 많이 피울 수 있는 직업,그냥 여행하려고 하는 일도 없이 비행기 안에서 서빙이나 하는 직업.... 이런 무수한 편견과 잣대 속에,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면서 본인들만의 소중한 잣대와 꿈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혹여나 누군가 그런 안 좋은 시선과 생각을 갖고 있다면,그냥 조용히 혼자 속으로 간직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마 내가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 전까지 나 역시도 위의 고객 컴플레인처럼 수 많은 잘못된 잣대에서 벗어나기란 어렵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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