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면접일기
'외국항공사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외국'이라는 단어가 귀에 먼저 꽂히다 보니 바로 '와.. 외국에서 근무하시니까 영어 잘하시겠어요.'라고 말한다. 종종 내게 영어를 얼마나 공부하고 잘해야지 입사가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보는 승준생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말한다.
어... 저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는 않고.. 업무에 아주 크게 지장이 없을 만큼만 합니다.
나는 외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길게 해외에서 일을 했다거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경험과 학력을 가진 사람들에 비교하면 나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에 어릴 적부터 영어를 배우고 입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오히려 나는 토익이나 텝스와 같이, 문법이나 독해를 통해서 내 영어실력을 평가받는 시험보다는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과 같은 말하기 시험이 더 편하고 성적이 잘 나온다. 서로가 다른 환경과 삶에서 살았지만, 하나의 공통된 언어를 통해서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외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이자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말하기를 더 좋아하고,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공부를 했었다.
나는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다. 내가 다닌 대일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특이한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름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해당 건물의 층에 가면 영어와 내 전공어로만 서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말이 답답해서 안 나온다고 한국말을 써 버렸다가 걸리면 혼났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해당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영어와 전공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말을 해야 했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배움으로 내겐 많이 다가왔었다.
또한, 영어 수업 시간에 이뤄진 영어 피피티 발표를 통해서 말하기에 대한 큰 성장을 이뤘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반에 남자애와 함께 짝을 이뤄서 당시 최근에 흥미롭게 읽었던 책에 착안해서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생물들'이라는 제목으로 그 친구와 나눠서 피피티를 만들고, 각자의 파트에 맞춰 영어로 대본을 짜고 외워서 발표를 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둘이 행복하게 서로 잘했다면서 칭찬을 하면서, 영어 선생님께도 칭찬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런 수업을 통해서인지 나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추후에 외국항공사에 지원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외항사에 지원할 때, 영어공부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면접을 위해서 영어답변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다시 했고, 자연스러운 영어 구현을 위해서 영어 학원에 투자한 시간도 많았다. 당시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영어학원도 갔고, 일부러 외국인 선생님이 계신 시간에 맞춰서 수업 신청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그나마 있었기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있어서 그나마 3배 걸릴 것이 1배만 걸려서 생각의 필터를 거쳐서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영어는 여전히 내 숙제이다. 외국항공사이다 보니 한국어로 말하는 비중보다, 영어로 말하는 비중이 어쩌다 보니 많아졌다. 계속 말하는 단어와 문장만 말하다 보니 영어 실력이 퇴화(?)되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모국어가 한국어인 나에게 있어서 영어는 큰 숙제이다. 간혹 내 영어에 대해 못 알아듣겠다는 크루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너희는 한국어도 못하면서 지뢀이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삼킨다 :) 하하...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외국인으로서 일하겠다고 여기에 온 것을.
최근에 이직을 고민하게 되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내 인생의 앞날에 맞춰 만료가 되어 없어져버린 토익 점수와 오픽 점수를 다시 취득하기 위해 공부 중에 있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외국항공사에 지원하기를 꺼려한다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먼저 가지고,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나하나 천천히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말하기에 대한 흥미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된다. 영어 테스트를 보는 회사도 종종 있긴 하지만, 결국 면접은 구두로 이뤄지니깐 말이다. 합격하고 나서도 느끼지만, 영어를 못한다면 결국은 본인 손해이더라. 일을 할 때도, 크루들과 말을 할 때도 말이다. 나도 초기에 입사 때에 비하면 말하기가 좀 늘은 느낌이다. 영어는 하면 할수록 는다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결국 합격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는 영어 공부는 하면 할수록 좋고, 또 해야만 함을 느낀다.
영어. 내게도 여전히 항상 가까이하고 싶어 다가가지만 점점 멀어지는 그 녀석(?)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