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감정일기_비행보다 연애가 더 어려운 승무원
일을 하면서 나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더라. 특히 연애는 더 그렇더라. 나이가 들면서 사람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지. 나는 이 직업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일기를 쓰는 기준 5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다.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믿어주시면 안될까?
승무원이 되면 비행기에서 손님들이 쪽지를 주고 명함을 준다는 얘기가 왜 나는 해당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다. 나도 승무원이 되면 연애도 쭉쭉 잘 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미 승무원이 되기 전부터 연애를 했던 경우나 해외에 남자친구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이제 슬슬 연애를 해도 되겠구나, 주변에서 이제 더 늦기 전에 마음을 나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 사근사근 귓가를 간질이고, 내 맘속에 살랑살랑 연애의 꽃바람이 불어올 즈음, 소개팅을 열심히 했었다. 근데 승무원이라는 직업 특성 상, 자주 못 만나니까 이 부분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었다. 믿음 하나로 이어진 관계를 서로 맞춰가면서 노력해야하는 연애. 누가 봐도 애절하지만, 단단하고 예쁜 연애 말이다.
저번 달과 이번 달 내내 한국 비행이 있을 때마다 소개팅을 했었다. 한 번은 얘기를 나눠보니 정말 좋은 인연이라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든 남자분이 있었다. 베이스국가에 다시 돌아오고, 상대방 분께 다음 한국 비행이 이 날 있는데, 다시 얼굴 볼 수 있냐는 나의 물음에 그분은 야속하게도 만남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전하셨다. 가슴 한 쪽이 뭔가 응어리진 듯 아파왔다. 이 순간만큼 승무원이 된 내 자신이 누구보다도 미웠다. 내가 만약 이 직업을 택하지 않고 한국에서 그저 평범한 직업으로 지냈다면, 그 분이랑 바로 약속을 잡아 더 자주 만나보고, 관계 발전이 되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이 맴돌았었다.
사실, 소개팅을 하는 내내 나도 상대방들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나를 위해 그 날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기다려주고 만날 장소도 찾아봐주고. 하지만 나도 내 소중한 한국 비행, 소중한 친구들, 가족들이랑 만날 시간 빼면서 내 인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한 건데... 이런 내 상황이 너무 미웠다.
승무원끼리 만나면 어떠냐고 물어볼 수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한국 남자를 만나고 싶다. 외국인을 만났을 경우, 싸우거나 대화를 할 때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영어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을 안 하게 되고, 항상 화를 표현한다고 쌍시옷에 한국어 욕만 남발할 수는 없잖은가. 그치? 일 할 때 마다 항상 영어로 대화하고 살아가는 내게, 내 사람만큼은 편하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회사에는 한국 남자가 없기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떠도는 사람인만큼, 내 사람만큼은 한 곳에 정착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바람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항상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이제 소개팅하기도 점점 지치지만, 계속 노력하다보면 마음 한 편에는 진정 나를 사랑해줄 사람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품고 있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향기가 머무르고, 좋은 인연이 머문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언젠가 내 직업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고, 나를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지켜줄 사람이 있을까?
오늘 참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승객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얻는 것도 어려운데, 내 인연의 마음을 얻는 건 더 어려운 것 같다. 좋은 사람 생기면 다시 연애 관련 일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