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었어요?

EP. 마음일기

by 꼬마승무원

하루는 네이버 블로그씨에게 건강한 자존감이 뭐라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글쎄...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눈을 감고 상상했다.

꼬마승무원 할머니! 할머니는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이었어요?


음.. 나? 승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한 것. 그게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른 채 그냥 열심히 노력해서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뤄 젊은 날에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것이 내 평생 잘한 일 중에 하나였단다.

라고 말하는 내 모습. 그러고 천천히 내 지난날을 파노라마처럼 생각하면서 '내 평생 후회하지 않을 소중한 추억들을 쌓고 떠나서 다행이다. 감사하다.'라고 생각하며 소중한 사람들의 곁에서 눈을 감는 내 나이 든 모습. 이처럼 내 인생에 있어서 건강한 자존감과 자신감은 당연코 '승무원'이다. 아니, 사실 나 스스로는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높은 자신감을 가졌는데 나는 그 사실을 승무원을 통해서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일기를 작성하면서 내 지난날의 모습들을 곰곰이 돌이켜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왔을까?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아니다. 사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예상치도 못한 일들을 겪어오면서, 그저 인생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가 건강하고 좋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살고 있었구나를 느낀 것 같다.

외국어 고등학교 시절, 나보다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었고 좋은 대학교를 합격한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내 친구들을 시기했었다. 나에게는 항상 수학이 너무나도 어려웠던, 풀어야 하는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다. 그런 수학을 잘하는 내 친구들도 시기했었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깎아내렸다. 승무원 면접을 보면서도 그랬다. 나보다도 학력이며 살아온 배경이며, 외모며 나 그저 그런 것 같은데 왜 저 사람은 빨리 합격하고, 나는 탈락했지? 내 외모가 많이 뒤떨어지는가? 라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낮춰버렸다. 직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첫 사회생활의 발을 딛었던 호텔리어로 일을 하면서, 그리고 내 두 번째 직업이었던 유명 미술관 데스크 매니저로 일하면서 사실 내가 그렇게 큰 자존감이며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호텔리어가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대기업 계열사 호텔리어 프런트로 턱 하니 너무나도 쉽게 합격을 해서 일을 했었고, 미술관 데스크도 너무나도 간단한 면접에 허탈하면서도 면접 본 뒤 바로 다음날 맘에 든다고 일하자는 연락으로 감사하게도 쉽게 일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너무 쉽게 잘 풀려버렸다. 그래서 그랬는지 승무원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나 스스로가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다고 생각을 하며 살아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승무원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짐한 순간부터, 준비기간 그리고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뤄 첫 비행을 한 날까지 승무원은 내 자존감이자 자신감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굳이 이 직업 만은 아니다. 외고시절, 매번 뒤에서 1,2등을 다투던 꼴찌는 노력해서 나는 잘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남들보다 3-4배는 노력과 스트레스로 하루는 친구들과 복도를 걷다가 나도 모르게 쓰러졌었고, 엄청난 생리통에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응급실에 실려갔었기도 했고, 청소하던 중에 코피를 쏟아냈던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졸업할 때 내 내신은 꼴찌에서 기적처럼 중간으로 치고 올라갔었다. 아빠는 내게 '내 큰 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모먼트가 있는데 내 고등학교 시절이 그중 하나이다.

또한 승준생 2년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주변을 더 잘 둘러볼 수 있었다. 결국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력과 정신력을 가진 내면아이가 존재하고 있으며, 단호하면서도 꿈을 응원해 주는 든든한 부모님과 동생들이 있으며, 내가 힘들 때, 스스로 해답을 잘 못 찾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전 직장 동료들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가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키 작은 승무원', '꼬마승무원'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내 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승무원의 키에 비하면 많이 아담한 편이다. 159cm 후반 및 160cm 인 키로 인해서 사실 나는 승무원 준비를 한다고 가족들에게만 말하고 혼자서 준비했었다. 결코 내 주변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 주변인들에게 말했을 때, 그런 내 용기와 도전을 보고 누군가가 '야, 너는 키도 작은데 될 거라고 생각을 하니? 어떻게 준비하게? 주변에 승무원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 경쟁률도 세잖아.'라면서 건네는 나를 위한다는 포장으로 뒤덮인 꼬여진 말을 나는 듣기가 무서웠고 듣기 싫었다. 그러면 내 의지가 점점 낮아지면서 '그래, 키도 작은데 뭘 하겠다는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낮출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뤄냈다. 키 때문에 흘린 수많은 면접 스토리와 실패는 나 스스로는 물론이고 부모님께서도 사실 많이 아파하셨다. 너를 조금만 더 크게 낳을걸.. 내가 키가 좀 작아서 유전으로 그런 걸까?라는 엄마와 아빠의 지나가는 듯이 흘리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남들보다 폭이 좁아진 선택지에 나 스스로도 많이 위축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뤄냈다. 당당히 꼬마는 꿈의 항공사 중에 하나에 일하게 되었고, 여전히 나는 회사에서도 아담한 승무원이다.

그런 내가 나는 자랑스럽다. 나는 나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단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정말 대단하고 좋은 사람들만 가득하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건강하고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나 스스로를 깨닫게 만들어 준 것은 당연코 승무원이었음을 웃으며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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