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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Sep 25. 2024

나는 참 부족한 점이 많은 크루이구나

EP. 비행일기_중국 상하이 

"원래 사주에 금이 있으신 분들이 혼자 일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분들의 단점 아닌 단점은 협력이 조금 약해요. 즉, 커뮤니케이션에 조금 약한 단점이 있거든요?"

'헐... 대박. 맞는 것 같네.' 

 2년 뒤에 내 대운이 바뀌는 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요즘 쉬는 날마다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며 사주에 대해서 간간히 잘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도화도르'라는 유튜브를 통해서 위의 내용을 보고 순간 아.. 맞네라고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최근에 다녀온 새로운 비행기 기종의 첫 솔로 비행을 곰곰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비행의 후기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내 단점을 명백하게 발견한 뜻깊은 날'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 비행뿐만 아니라 내 전체적인, 또렷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희미하게 기억나는 비행 생활을 휘젓고 다녀봤다. 그렇다. 다시 되돌아봐도 내 단점은 제목에서 알겠듯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약하다.'라는 것이다. 

 단순히 서로 대화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일하는 관점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다양한 사람과 일하는 환경에서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타이밍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아니 호텔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뤄 일하는 환경에 놓여왔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느낀 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상사에게 전달해야 하는 리포트, 즉 '보고' 형식이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수록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처리했고, 결론적으로 사건과 사람은 어떻게 되었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나지만, 처음으로 오퍼레이팅 한 비행기의 첫 솔로이다 보니 나 자신이 어리바리했었다. 평소에 익숙한 비행기 기종에서 이 컵은 여기에 있었는데 이 비행기에는 다른 곳에 있었고, 다른 사람한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찾아내던 나는 어디 가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선배들에게 "이건 어딨 어요? 저건 어딨 어요? 이건 어디다가 놔야 해?"라고 물어보니 나 자신이 오랜만에 어리숙하고 멍청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내가 한 실수가 있었다. 승객에게 밀 초이스를 여쭤볼 때, 승객은 A를 원했던 상황이었다. 이미 밀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시 두 번째로 희망하는 음식이 어떤 건지 여쭤봤었고, 승객은 B를 세컨드 초이스로 말씀하셨다. 이후에 함께 일하던 크루들 모두 갤리로 모여서 함께 밀 수량에 관한 의논을 했고, 결론적으로는 모든 음식은 충분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헷갈렸던 탓에, 헷갈린다면 정확하게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어봐야 하던 상황이었는데, 내 멋대로 A 메뉴는 얼마만큼만 남았으니 결론적으로 부족할 거라 생각하고 승객에게 갔던 것이었다. 모든 서비스가 끝나고 나서 추후에 확인해 보니 승객이 원하던 음식이 충분히 남아있어서 제공하고도 남았을 결론이었다. 어리바리하던, 정신이 없던 내 상황 플러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더군다나 추후에 승객은 B로도 매우 만족하시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제때 보고를 했었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보고를 때려버린 타이밍을 못 맞춘, 상사에게 보고를 해서 혼나기도 했다. 명백하게 타이밍에 맞게 보고를 해야 하는 걸 잘 알면서도, 이게 내 실수라는 걸 잘 아는 상황이었는데 참... 어쩌면 승객이 만족했었고, 굳이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됐던 상황이었지만 이놈의 정직성이란... 가끔 융통성도 없고 융통성이 부족한 내 성향이 미운 순간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은 한 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는 '칭찬'과 같은, 상대방의 마음을 간질간질하는 방법이랄까? 

 오랜만에 성별이 다른 시스터와 함께 한 비행이었다. 여자보다도 더 여자 같았던, 좀 예민했지만 나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친절했던 시스터였다. 굳이 일할 때 선배들과 상사들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1도 없이 일하는 내 성격도 그렇고 정신이 없던 탓에 그냥 그가 나를 도와주는 것에 있어서 항상 고맙다면서 감사의 말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추후에 함께 첫 솔로였던 한국인 크루분과 오늘 비행 어땠는지, 크루들은 어땠는지 함께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시스터와 관련된 얘기도 나왔다.

 "제가 봐도 좀 예민하긴 하더라고요. 근데 사람 자체가 나쁜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보니까 피부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화장도 잘했고. 그래서 너 되게 피부 좋다, 화장도 잘하고. 혹시 비결이 뭐냐면서 화장품 추천 좀 해달라고 하니까 갑자기 무표정했던 사람이 얼굴이 환해져 가지고 너무 행복해하면서 본인이 쓰는 화장품 브랜드며 어떻게 관리하는지 말하던데요? 그 이후에는 되게 잘 도와주고 좋았어요."


 이 얘기를 듣는 데 순간 머릿속을 망치로 한 대 "띵" 하고 맞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는, 같은 한국인 크루분이 했던 상대방의 마음을 녹이는,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칭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한 사람이었구나를 순간 확 느꼈다. 수많은 면접과 스터디를 통해서 그렇게 많이 가르침을 받고 또 실천해 오던 내용이었는데, 막상 승무원으로 일하고 나니 그런 내 노력과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이 그저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는 평범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나였다. 그러면서 그저 뚱한 상대방을 보고서는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좀 예민하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참 한심하면서도 부끄러웠다. 만약에 내게 어떤 크루가 피부가 좋으시네요, 화장품 뭐 쓰시나요?라고 칭찬으로 다가왔더라면, 나도 같은 사람인지라 그 사람에게 뭔가 더 정이 가고 감사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가르쳐주려고 했을 텐데 말이다. 일명 사람 냄새가 더 풍기는 크루였을 텐데 말이다. 

 해당 비행을 마치고,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다시 한번 나 스스로의 단점에 대해서 상기하게 됐다. 느낀 바가 많은 만큼 추후의 다음 비행에서는 고치려고 노력하고, 좀 더 사람 냄새가 나는 팀원이 되도록, 좀 더 정리된 오픈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팀원이 되도록 말이다.  당장 한 순간에 바뀌는 건 어렵지만 차근차근 걸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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