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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Sep 29. 2024

다음 날 먹는 미역국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EP. 마음일기

최근 잠들기 전, 그리고 택시나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봤을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어온 말들이 있다. 나는 겉보기엔 차갑고 깍쟁이 같지만 서정적이면서도 여린 사람이다. 그리고 내 자존감과 내면이 참 단단한 사람이며, 뒷심 있는 사람으로서 한 번 정한 건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는 말들. 이런 흔히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나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나만이 생각할 수 있는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 역시 흔히들 말하는 '진국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람말이다. 아니, 그냥 일반적인 진국으로 나를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음.. 오늘 처음 끓였지만 다음 날이고 계속 끓여 먹으면, 더 진하고 맛있는 그런 미역국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치찌개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지만, 나는 굳이 미역국이 되고 싶다. 


 인생 첫 자취를 해외에서 시작하게 된 후, 더 좋아하고 그 맛을 음미하게 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미역국이 되었다. 어릴 때는 흐믈흐믈거리는 미역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미역국에 있는 소고기와 국물만 퍼서 먹었다. 어쩌다가 걸려오는 미역들은 먹기에 오케이였지만, 미역을 한 주먹을 퍼서 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해외에 나와 그런 걸까? 미역국이 주는 미역의 미끌거림과 진하게 퍼지는 포근하면서도 따듯한 향과 맛은 내게 엄마, 가족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생각을 뭉실뭉실 연기처럼 피어오르게 한다. 미역국이 태어난 날을 기념하여 생일날 먹게 되는 특별한 국이라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게 있어서 '미역국'이란, 가족을 향한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랑과 감사함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내년 생일을 위해 건강하게 잘 살자는 의미'로 다가오는 존재이다. 생일이란 날짜는 매년 돌아오지만, 그 생일을 맞이하는 나는 매년 그 자리에 축하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미역국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이란, 한 마디로 평소에  당연시 여기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자기 성찰'이라 생각한다. 

 쉬는 날인 오늘, 비록 생일은 아니지만 나는 점심으로 햇반을 하나 데우고, 비비고의 쇠고기미역국 봉투 입구를 잘라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미역국'이지만, 내게 있어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았고, 내년 생일에는 과연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과 가족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내 배를 뜨뜻하게 채우게 만드는 '미역국'이다. 

 나는 다음 날 끓이면 더 맛이 진해지고 깊어지는 미역국처럼 항상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나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그런 '미역국' 같은 진국인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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