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손 검지를 꼬맸다
순간이었다
손가락을 움켜쥐고 병원에 가는 시간 동안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픔
예전 생각이 난다
소라를 썰다가 엄지손톱의 1/3을 잘라버렸던
그때가
손바닥을 편 떠 버렸던 때는 무엇을 썰고 있었을까
생각이 나진 않지만
분명 세 번 다 내 손안에 있는 것은 썰고 있지는 않았나 보다
몸으로 배우는데 익숙해서인지
맘으로 풀어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고 곱씹어
느껴지는 것들이 손에 잡힐 때쯤엔
말랑해진 상처를 보며
영광의 상처라며
가식을 떨고 있지는 않을지
상처는 아픔이고
아픔의 끝엔 새살이 돋아나지만
그전의 모습으로는 되돌아갈 순 없다
매 순간 미래를 뒤로한 채
과거로 돌아가고 있듯이
망각이라는 영양제를 먹고
다시 태어나고 있구나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네오는 파란 알약을 삼키고
치히로는 이끼 낀 동굴을 지나가듯이
망각은 도피가 아닌
옳고 그름을 떠난
선택의 책임을 짊어질
탄생의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