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볶인 매운맛의 향연, 짬뽕

섞이지 않는 이들의 대화

by 까나리

뜨겁게 달군 팬을 코팅한다

요리 기름을 넣고 갖은 야채를 볶는다

타지 않게 살짝살짝 육수를 부어가며 순이 살짝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고춧가루를 적당 양 넣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이때부터 불과 팬과 기름과 고춧가루와 야채의 힘 싸움이 시작된다

서로서로 섞이지 않으려 한다

야채에서 나오는 육즙을 이용하고

강한 불로 빠르게 고춧가루 풋내를 날리며

기름과 물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인다

적당히 볶아 맛있는 고추 단내가 코를 간지럽히면

육수를 넣고 야채 순이 죽지 않게 빠르게 끓인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흘러내리는 국물 색을 본다

맑은 주황색의 짬뽕이 탄생했다


국물 한 그릇에 계절을 담다


입춘이 지날 무렵 냉이가 나오기 시작하면 냉이를 듬뿍 넣어 냉이짬뽕을 준비한다. 봄 향기가 물씬 나는 냉이는 된장과도 잘 어울리지만 짬뽕에 넣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여름은 암꽃게가 제철인 시기이기도 하지만 기운 빠진 사람이라면 원기회복에 좋은 낙지를 통째로 넣은 낚지 짬뽕이 기다리고 있다


바다생물들이 살이 찌는 가을이 돌아오면 알이 꽉 찬 조개들, 뽀얀 국물이 나오는 홍합부터 살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까지 식재료 천국이 펼쳐진다


홍합과 바지락, 동죽을 함께 모아 조개 짬뽕을 준비하고 숫꽃게가 맛나니 꽃게 향 가득한 꽃게짬뽕으로 잃었던 입맛도 되살아 나게 한다.


굴이 맛있는 겨울이 오면 매콤한 사천고추에 배추를 채 썰어 넣고 볶은 시원한 굴짬뽕의 계절이 돌아왔다. 생굴을 못 먹는 사람도 굴짬뽕 한 그릇에 땀을 뻘뻘 흘리며 속을 풀어준다


짬뽕은 우리나라 사계절을 담기에 좋다

시원한 국물 한 그릇에 계절을 담고 주인장의 마음도 담고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이 만한 요리가 없다.


짬뽕은 국물요리일까? 볶음요리 일까?


짬뽕은 볶음요리에 가까운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잘 볶이지 않는 짬뽕은 기름과 육수가 따로 논다. 뻘건 기름이 둥둥 떠 있다면 잘 볶이지 않은 것이다

잘 볶인 고춧가루는 기름과 잘 섞여 식었을 때 뭉게구름처럼 국물 속에 녹아있다. 그런 국물엔 불 맛이 배어있고 고소한 매운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잘 볶인 고춧가루가 전체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다.

기름과 물을 분리되지 않게 섞어주어 부드러운 국물을 만들어 냈다. 좋은 짬뽕이다.


온몸으로 소통하고 강하게 부딪혀라

갈등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혼자서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인정받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고 싶어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임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고 타인을 판단하고 분별한다. 때론 갈등이 생기고 감정의 선이 생기고 마음의 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곤 한다


누군가는 갈등이 생기면 피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맞서 싸운다. 조용히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장서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다면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혹시 그로 인해 차별을 받는 다면 그것은 폭력인 것이기에 맞서 싸우거나 무시해도 된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상대가 갖고 있고 내게 없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망상에 찬 확신보다 위험한 것은 없고 부주의한 확신은 주위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뜨겁게 달군 팬 위에서 고루고루 섞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춧가루와 야채들처럼 방법은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자.

이해하되 비굴해지지 말고

나를 아끼되 조금 거리를 두어 보자


우린 모든 걸 알 순 없다

세상은 우연과 우연이 만난 필연이 만들어낸 작은 놀이터라 하지 않는가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도 말고

좌절하거나 축배를 들 필요도 없다

일어날 일은 오늘이 아니어도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있다. 시간이 알아서 해줄 뿐이다


뜨거운 불 위에 날 뛰어도 적절하게 볶아낸다면 물과 기름이 한데 뒤섞여 빨간색 뜬구름을 띄울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지키며 나로 살기 위해서는 나임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뻔뻔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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