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새며 물을 퍼내다.
두바이에서 10월에서 3월까지는 한국의 봄 날씨와 같이 많이 덥지 않고 길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쾌적한 날씨가 이어진다. 이 시기에 1년에 몇 번 온다는 비가 온다. 대부분 인공 강우로 두바이 정부에서 공지하면 그날은 몇 시간 비가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비가 오는 날이 없다 보니 비가 오면 다들 너무 좋아한다. 식물에 물을 안 줘도 되고 비가 온 다음 날은 공기가 깨끗해지기 때문에 가끔씩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24년 겨울 두바이에서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 다음 날까지 계속되며 대홍수가 났다. 두바이에서는 비예보가 있으면 그다음 날 모든 학교는 쉰다. 이번 비도 미리 학교에서 문자가 왔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보통 몇 시간이면 끝나는 비인데 오전부터 시작된 비는 점점 더 퍼붓기 시작했다.
남편도 걱정이 되는지 빨리 퇴근해야 할 것 같다며 픽업을 요청했다. SUV 차량을 몰고 평소에 다니던 길을 가는데 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로가 잠기어 있었다. 바퀴의 2 /3가 잠길 정도였다. 내 주변에 있던 승용차들은 고가도로로 들어가기 전 움푹 내려간 도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정지한 체 있었다. 주변이 오도 가도 못하는 차들로 주차장을 이루었다. 겨우 지나서 남편의 회사 교차로는 물로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뒤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대형 버스가 앞으로 나가는 걸 보고 바로 뒤에 따라붙어 교차로를 겨우 건너니 주변에는 람보르기니고 차의 종류와 상관없이 서로 얽히고 설켜 버린 버려진 차들이 수십 대였다. 겨우 남편을 태우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버려진 차와 도로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도로, 도로 표지판, 무너진 흙더미 등 곳곳이 난리였다.
겨우 집에 와서 제발 괜찮기를 하고 잠이 들었다. 비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새벽에 불을 켜고 밖을 보려 일어났다. 세상에나 안방 바닥이 흥건하고 창문 아래, 옆 벽으로 물이 줄줄 들어오고 있었다. 전기가 갑자기 일부 나가 두꺼비집을 끄고 초와 전기 렌턴을 켰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 상태를 보니 아이들 창문으로 물이 줄줄, 1층 거실에서도 마당 있는 창문 근처에서 물이 줄줄 세어 들고 있었다. 가족들 모두 일어나 모든 걸레, 수건 등등을 가지고 4명이서 방 2개, 거실을 맡아 계속 물을 닦아내고 물을 버리고 이렇게 3~4시간을 보낸 것 같았고 동이 텄다. 전기는 다행히 비가 그치고 몇 시간이 지나니 고맙게도 다시 돌아와 주었다. 안 돌아 왔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비가 많이 온다고 창틀 틈으로 물이 줄줄 세어 들어오다니~ 한국에서는 부실 공사로 큰 문제가 될법하지만 이번 두바이 대홍수에서 대부분의 집이 이런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당시 집집마다 피해가 너무 심해 전기, 수도 고치는 곳에 연락도 안될 만큼 비상 상황이었다고 들었다.
학교에서도 문자가 왔다. 학교가 일부 물에 잠기고 오는 길이 모두 물에 잠겨 일주일 쉽니다. 그렇게 우리 두 아들은 일주일을 쉬었다. 엄마들의 카톡방에서도 난리가 났다. 누구는 집전체가 잠긴 사진을 보내고 어떤 곳은 집이 잠기고 캠핑 배를 타고 탈출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전기가 나간 사람, 수돗물이 안 나온다는 사람 다들 피해의 규모는 달랐지만 엄청난 피해를 봤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두바이 기상 관측 이래로 처음 있었던 일이고 두바이에서 가장 메인 도로에 버려진 차들이 즐비 했었다. 복구에만 일주일 이상이 걸렸고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몇 대씩의 차들이 없어진 걸 보면 아~~ 이제 정리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 차들은 보험사에서 다 보상이 되도록 두바이 정부에서 지원을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피해를 보지 않아 너무 다행이었지만 모두들 숨죽여 보낸 일주일이었다.
두바이는 이렇게 큰 비를 생각하지 못했었고 그래서 하수도 시스템이 거의 갖추어 있지 않다고 보면 된다. 일정 이상의 물이 한꺼번에 흐르면 내려가지 않고 우물처럼 물이 고이는 상황에 다들 당황했었던 것 같다.
두바이에서 이런 큰 비를 보다니~ 기후변화가 두바이까지 밀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