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여행기 3
왕가의 계곡은 룩소르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이다. 멀리서 보면 흙산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물가 대비 문화재 입장권이 비싸다. 왕가의 계곡 입장권도 인 당 21,000원 정도였고 신용카드는 달러 결제만 가능했다. 너무 신기했던 건 줄을 기다리고 있으면 입장권을 확인하는 공무원이 조용히 와서 이집트 현금을 주면 거의 반값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고 그 비용은 자기에게 주면 된다는 거였다. 이렇게 중간에 가로채는 돈이 얼마일까 생각하며 우리는 카드로 계산했다. 바로 앞에서는 입장권을 공식적으로 팔고 있는데 옆에서는 현금을 챙기는 공무원이 있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니 신기했다~
멋진 문화유산을 남겨준 조상님들 덕분에 부귀영화를 누려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집트는 아직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컷다.
왕가의 계곡에 가기 위해서는 표를 끊고 카트 비슷한 교통 수단을 이용 했다. 내리자마다 펼쳐진 여러 개의 무덤 중 유명하고 큰 순서대로 돌아다녔다. 무덤은 굴을 파서 만든 형태였다. 내려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부터 우리가 알던 이집트 벽화가 펼쳐져 너무 신기했다. 그 쯤 엄마의 발목 통증이 심해져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왕가의 계곡의 무덤을 다양하게 보려면 일일패스나 우리가 산 표보다 비싼 표를 내야 한다. 우리는 3개 무덤만 볼 수 있는 기본 입장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 곳을 다 본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한국 단체 관광객이 주변에 왔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20대에서 70대까지 여러 연령에서 함께 오신 것 같았다. 본인은 다리가 아파 단체 관광객에서 준 비싼 표가 필요 없다며 우리에게 줬다. 그랬더니 주변에 다른 몇 분들이 또 표를 주셔서 추가로 무덤을 더 볼 수 있었다.
왕가의 계곡을 보고 나니 다들 너무 피곤하다며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땡~이라고 하고 집으로 와서 쉬었다.
다음날 우리는 개인이 운영하는 빌라 일정을 끝내고 드디어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주택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이틀을 보내는 것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도착해보니 이곳이 왜 인기가 많은 곳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풀장도 춥지만 않았다면 바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잘 꾸며 놓았다. 1층에 방 2개, 2층에도 두 개의 중문 안에는 방 2개와 화장실이 각각 있었다. 화장실만 전체 4개, 옥상에는 왕가의 계곡을 비치의자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주방도 필요한 식기나 물품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고 거실에도 네플릭스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대형 티비도 놓여 있었다.
모두들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얼마다 행복했을까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남편과 바로 아래 여동생, 아들이 동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오기로 하고 나와 막내 여동생, 엄마, 남은 아이들은 동네 산책을 했다. 왕가의 계곡을 뒤로 하고 정말 시골 동네 느낌이 들었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온다고 한 사람들이 오지 않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집트 전통 음식을 들고 왔다. 그것도 항아리 채로 따듯하고 너무나 맛있는,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가 느껴지는 샐러드와 빵, 사이드 메뉴가 너무나 좋았다. 동네 레스토랑도 이렇게 많은 주문이 처음있는 일이라 황토로 된 냄비도 그냥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하루는 이곳에서 모두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렁슬렁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음식도 해먹고~ 동네산책도 하고~~~ 내일 새벽 5시에 공항으로 가는 승합차를 타야하는데 저녁 6시쯤부터 갑자기 동네에 큰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밤 9시, 12시, 새벽 3시가 되도록 한국의 나이트클럽 저리가라 할만큼 음악소리가 커 어른들은 거의 날밤을 새었다. 창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승합차에 타며 기사분에게 물어보니 아마 주변 큰 주택에서 결혼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서는 결혼이 있을 때 동네에서 가장 크고 좋은 집을 빌려 양쪽 집안이 밤새도록 춤을 추고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 모두 속사정을 알고 나서~~ 가서 조용히 해달라 해야하나 망설였는데 가서 결혼식에서 함께 어울려 놀았다면 이렇게 피곤하지는 않았을텐데 후회하며 소하공항으로 와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 두바이 우리집으로 올 수 있었다.
모두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 집이다를 외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이집트 여행이 너무 좋았고 기억이 남는다며 이야기한다. 고생스러웠던 점도 많았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많은 가족이 우루루 다니며 다양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