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월 23~27일 우리가 살게 된 주택 단지는 두바이에서도 가족단위, 반려 동물이 있는 가족들이 많이 사는 단지로 유명하다. 스프링스라는 곳으로 전체 16개 구역으로 나뉘어 구역마다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호수가 있었고 호수를 중심으로 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호수에 붙어 있는 집들은 임대료가 높았고, 그 다음 블럭의 주택들은 조금 더 저렴한 임대료로 책정되어 있었다. 우리 집은 현관과 주차장이 있는 곳의 2층은 아이들 방이었는데 그곳에서는 골목을 지나 호수가 보였다.
스프링스는 번호가 다른 단지에도 차를 타고 진입하려면 단지 입구에 있는 가드들에게 갈 집의 주소를 알려주어야 출입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보통 우리들이 이야기 하는 게이티이드 커뮤니티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엄청 부자 동네는 아니고 두바이에서 중산층 정도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의 다른 커뮤니티는 호수가 있거나 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동네는 없어 사는 내내 더운 여름을 제외하고 매일 산책도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차 걱정 없이 호수 주변을 자전거며, 퀵 보드 등으로 다닐 수 있었고 가족끼리 동네 이웃들과 돗자리 깔고 앉아 재밌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두바이 특징 상 해가지는 두바이 마리나 건물들과 붉은 노을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서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지 마음속으로 감사 감사한 마음을 되뇌였다.
우리 가족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많이 안겨준 스프링스 입성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우선 입주자들에게 발급되는 게이트 통행카드와 이사를 허락하는 서류를 받아야만 했다. 이사 퍼밋 서류가 있어야 게이트에서 이삿짐 차가 들어올 수 있어서 보통은 몇 일 전에 주택 관리 사무소에 신청해 서류를 받아 놓는다.
스프링스는 두바이 공기업인 EMARR라는 곳에서 개발한 곳이다. 스프링스를 전체 관할하는 사무실이 스프링스 입구에 있는 스프링 숙(스프링 쇼핑몰)에 사무실이 있어 그곳을 찾아갔다. 이사를 하겠다고 하니 직원이 집주인이 내야하는 커뮤니티 관리비를 내지 않아 그 것을 먼져 지불하고 와야지만 이사 퍼밋을 준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라고 생각하며 POA에게 연락했다 자기는 나이가 많아서 어떻게 내는지 몰라 내지 못했고 우리가 대신 내주면 본인이 그 비용을 처리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스프링숙의 EMARR 사무실 직원은 관리비는 도심에 있는 본사로 가서 직접 지불해야 된다고 해서 몇일 후면 당장 이사날인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청소도 해야하고, 페스트 컨트롤도 해야하고, 전기공사로 해야하는데 하늘이 캄캄했지만 페스트컨트롤은 미리 해놓고, 이사전날 청소와 전기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중간에 나와 남편은 본사로 가서 관리비를 납부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긴 했다.
우선 페스트컨트롤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23년 3월 27일(월) 이사 몇 일 전
페스트컨트롤은 해충, 벌레 없애는 해충퇴치(개미, 바퀴벌래) 서비스로 단독주택에 이사하는 집은 필수로 해야하는 코스이다. 특히 개미는 페스트컨트롤을 해도 매해 해야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는 1년 6개월이 지날 무렵 한 마리씩 나오던 개미가 주방까지 점령하여 다시 페스트컨트롤을 해야만 했다.
우선 구글링으로 후기가 좋은 몇 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견적서를 받아 비용을 비교했다. 일부 집주인은 페스트 컨트롤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니 계약 전에 이 모든 지원 사항을 계약 서류 작성 때 포함 시켜 넣는 것이 좋다.
서비스를 받는 날 3명의 직원이 왔다. 모두 파키스탄 사람들로 젊은 친구 2명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분들로 한국영화며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50대 직원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0년이상 두바이 살며 파키스탄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고 드디어 내년이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다. 마당쪽에 2명, 집안 내부 곳곳에 한 명이 인체 무해한 약이라며 액체약을 연신 뿌렸다, 특히 하수와 연결되는 싱크대 아래, 화장실쪽, 하수구쪽에서 집중 분사하였는데 많은 벌레와 바퀴벌레들이 발견되었다. 30일 내 다시 벌레가 출현하게 되면 무료로 벌레 출현의 근원을 찾아내고 없애주는 에프터 서비스가 있다고 하였다.
내가 받은 페스트컨트롤 서비스는 1회성이고 약 15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1년 정기 방문 서비스는 비용이 좀 더 높았다.
23년 3월 28일(화) 덕트 클리닝
5월 정보부터 35도를 넘기 시작하다 7월 8월이면 50도를 넘는 두바이에서는 일 년 내내 에어컨을 틀어 놓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과 다르게 에어컨 자체 청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찬 공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덕트를 일년에 한번씩 청소하는게 이곳의 관례이다. 사실 정말 신기하게도 일년 정도가 지나면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감기에 걸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덕트 청소를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덕트청소는 큰 기계를 덕트에 넣고 청소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살고 있는 집에는 안방, 아이들방, 거실, 스터디룸 이렇게 네 곳으로 약 4~6시간이 드는 대청소였다. 비용 역시 우리나라 금액으로 100만원 정도로 정말 높은 비용이었다. 이 곳도 두 개소 정도를 알아보고 비교견적 한 후 평가 후기를 보고 결정한 곳이었다.
아프리카인 5명, 팀장급 1명 포함 총 6명이 와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꿀팁! 클리닝 작업이 끝나고 비용을 다 지불하지 말라는 것이다. 작업이 끝나면 50%를 우선 지급하고 레포트를 받고 나머지 50%를 지급하는 방식이 가장 책임있게 일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돈 받으면 나몰라라 하는게 너무 심한 나라이다.
입주전 청소와 전기 콘센트 위치 옮기기 29일(수)
두바이에는 양문형 냉장고를 쓰는 집이 별로 없다. 내가 이사갈 집 부엌에 냉장고가 위치할 자리를 보니 간당간당했다. 전기 콘센트만 없으면 양문형 냉장고가 들어 갈텐데라고 생각하고 줄자로 재 보니 딱!! 나왔다. 우선 전문업자를 찾는 건 큰 자금이 들것 같아 집 가드너로 오겠다는 분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아는 지인을 통해 이사 전날 공사를 하기로 하였다.
청소는 한국 지인을 통해 청소전문 회사를 소개 받았다. 5시간 기준 2명이 청소하는데 한국기준 10만원 정도였다. 한국에서 청소 서비스를 받았다면 100만원 정도는 들었을텐데 정말 이런 인건비는 저렴하구나 생각했다. 오전에 전기 공사를 시작해 우리가 잠시 EMARR 본사에 갔다 올때까지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작업자는 라마단 기간이라 물도, 음식물도 못먹어인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일단 머물고 있는 집으로 왔다. 어떻게 되겠지머 하면서. 두바이에서는 이런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이럴때마다 인샬라라는 말한다. 신의 뜻대로~~ 라는 의미로 자주 쓰는데 어떨땐 답답하기도 하지만 점 점 살 수도록 그래 그냥 내려놓자 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청소업체에서 정말 청소년 같은 소녀 2명 보내주었다. 손걸래, 약간의 세제 이외 아무런 장비와 도구도 없는 상태로 왔었는데 외부에 다녀와 보니 집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청소를 끝내 놓았다. 청소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가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일을 하는 건 불법인데. 알고 한 건 아니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청소를 맡긴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