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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교환

내가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돌려주기

by Hannah

사람들은 소소하게 행복했던 일이나 미소 짓게 만들었던 순간 대신 불쾌한 감정을 더 오래 간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잠들기 전 대부분 행복한 기억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애쓴다.


나는 엄마보다 아빠에게 더 많은 사랑 표현을 받았다. 1937년 생의 경상북도 상주 출신의 테토남이지만, 항상 나의 손을 잡고 발을 맞춰 걸어주셨고 하굣길 정문 앞에서 기다려주셨다. 집으로 가는 길에 원하는 헤어핀도 떡볶이도 사주셨으며, 나와 언니에게 농담도 자주 하셨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했을지언정, 아빠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신 분이셨다. 그 덕에 나는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잘 표현하고 스킨십도 자주 하며 옛날이야기도 나눈다.


하지만 살다가 나에겐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나의 뿌리 깊은 상처는 어릴 때 아빠와 헤어져 살아야 했고, 심지어 같은 것을 두어 번 겪으면서 새겨졌다. 나는 그 결과 남겨지는 것보다 떠나는 쪽을 택하면서 산다. 친하게 지낸 누군가가 이사나 일을 그만둔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감정 소모가 대단하다. 허전함을 넘어 가슴 한편이 아리고 시린 거다. 몇 번의 헤어짐을 겪어도 무뎌지지가 않는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 아빠가 또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라는 것이...


나에겐 2014년부터 종교모임으로 이어진 12명이 함께하는 큐티모임이 있다. 신혼 초,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모인 모임인데, 내가 어딜 가든 항상 그분들의 기도가 따라온다. 아침마다 말씀으로 시작하고, 좋은 글이나 찬양이 있으면 기꺼이 공유해 준다. 나의 심신이 약해지면서 종교에서 멀어질 때도 그들은 묵묵히 날 위해 기도해 준다. 존경스러운 것은 단 한 번도 티를 내거나 생색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종교와 완전히 멀어지지 않고 다시 의지할 수 있었다. 버려지는 두려움은 오직 이 모임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 쑥스러워 고백은 못했지만, 이 모임만큼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세 번째 선물임이 분명하다.


지인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 나는 항상 종교를 가져보는 건 어떠하냐고 넌지시 말해본다. 절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보는 게 좋다는 거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기도한다. 그 사람에게 부디 평안을 주시길 간절히 말이다. 둘째 아이의 친구네도 한부모 가정이고, 돈을 벌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도중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기꺼이 나의 인맥을 통하여 해결에 도움을 줬고, 그 후 이번에는 직장 면접을 앞두고 있다 들었다. 그분을 위해 나는 기도를 했으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기도를 꼭 가서 중보기도 약속을 했고 지켰다. 큐티모임이 지난 세월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해 줬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나에겐 큰 힘이 되어주었기에, 그녀에게도 미약하나마 나의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밤마다 우리 셋은 각자 일상에서의 감사함을 이야기 나누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마무리한다. 나는 두 아이를 위하여, 큰 아이는 나와 동생을 위하여, 둘째 아이는 나와 누나를 위하여. 각자 하나의 기도를 했는데, 두 개의 중보기도가 나눠지고, 합치니 총 세 개의 기도가 된다는 것을 배운다. 날 위해 두 아이가 사랑을 담아 기도해 주는 것이 엄청난 힘이 되고, 다음 날에도 나의 일상을 묵묵히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뿌리 깊은 나의 상처를 지우거나 이겨낼 생각은 없다. 대신 상자에 담아 마음 깊숙하게 넣어둔다. 헤어짐이 있을 때마다 그 상자는 기어코 비집고 나와서는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의 일상을 꽉 붙잡아주는 아이들과 기도가 있어서 괜찮아질게 분명하다.


살면서 사람들에게서 받은 모든 사랑을 머릿속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에겐 손잡거나 안아주고 뽀뽀와 여러 말들로 나타난다. 나의 사랑이 아이들 마음에 잠잠히 스며들어 나를 포함한 다른 이에게 그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 꺼내진다. 나의 사랑이 부디 파괴적이지 않고 부드럽길 바란다. 또한 아이들이 나와 남편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잘 아물고 흉이 지지 않도록 잘 보살펴줄 수 있는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


위키백과 한국어에서 등가교환은 가치가 서로 같은 상품과 상품, 또는 상품과 화폐가 교환되는 일이라고 경제학에서 말한다고 정의한다. 우리의 사랑은 칼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지만, 분명한 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 건 확신한다. 심지어 나의 상처를 살갑게 보듬어주기까지 한다.


십여 년 뒤에는 이 아이들의 독립을 바라보며 또 다른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노후대책만큼 중요한 나의 마음대책이 시급하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그때의 나를 위하여 바쁘게 살아갈 또 다른 원동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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