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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PAPA Sep 16. 2023

신뢰할 수 있는 사람

S

얼마 전 아내가 해 준 한 가지 이야기.


"주변 다섯 사람의 평균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래."


사람을 잘 사귀어야 한다, 사람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주변은 어떤지 한 번 돌아보며 가까이 지내는 주변 사람들을 한 손에 꼽아 보았다.

가족들을 제외하면 금까지도 교류하는 친구들먼저 떠오른다.

주중의 절반 까이 시간을 보내는 회사 사람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회사에서의 모습은 또 따로 분리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다른  손을 펴 회사서 만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만남의 빈도 볼 것이 연락나 마음 쓰고 있는 정도로 볼 것이냐에 따라 애매해지는 부분이 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민 없이 포함한 일부 인원 중에는 S는 내게 빠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내가 오래전 인사부서에 잠시 몸담았을 때 처음 만난 동료였다.

처음 만난 날, 잘 부탁드린다며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는 나와 동갑이었지만 우리 회사에는 나보다 훨씬 늦게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배였다.


처음에 입사 연도를 듣고 한참 어린 사람인 줄 알았만,

얼마 안 돼 나이와 이력을 듣고 적잖이 놀랐었다.

방황 없이 대학 생활을 꽉 채운 뒤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다른 회사를 3년 동안 다니다가 그만둔 그.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반년동안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자유와 자아를 찾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회사에 다시 입사한 늦깎이 사원이었다.

각별히 친해지고 나서도 그는 나를 계속 선배라고 존칭 했지만,

나는 그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이름 두 글자를 부르거나 성을 따서 S 군이라 불렀다.


그는 나와 같은 점이 많았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사람에 끌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와 가까워졌을 무렵부터 온라인에서 간단한 몇 가지 문항 선택을 통해 어떤 유형의 캐릭터나 인물과 유사한지 보여주는 테스트이 많이 등장했었다.

재미 삼아 부서원들과 해보면 그와 내가 같은 유형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해당 약식 테스트들의 모태이자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큰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TI 검사결과같았다.

심지어 알고 보니 MBTI 이전 세대고전적이고 대표적인 분류 방식 혈액형마저 동일했다.

[출처 ; Pixabay,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 열풍이었던 적도 있지요]

그와 나는 조직 내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업무 할 때역할을 정확히 분담하여 미리미 해결하는 것선호했다.

인간관계에서나 업무 진행에서나 그는 마음이 잘 맞고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그와 같이 같은 부서에서 일한 것은 2년 여의 시간이었지만,

그때 쌓은 강한 유대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며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 되었다.




나이도 같고 성격도 비슷한 점이 많은 나와 그이지만,

주변 환경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있다.

바로 결. 혼. 여. 부.

나는 아내와 아이가 생기며 가정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지만,

그는 처음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 솔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인생은 프로스트 시인이 노래한 가지 않은 길과 같은 것.

그는 나의 삶을 이상적이라며 동경했고, 이상이 아닌 현실에 살고 있는 나는 그의 자유로운 삶을 한 편으로 부러워했다.


"그때 동호회에서 본 괜찮다고 한 분하고는 식사 한 번 하자고 얘기해 봤어요?"

"얘기야 나눴죠. 근데 저한테 이성적으로 관심 없는 것 같아서 밥 먹자고는 안 했어요."

"아이고 답답해라. 밥 한번 먹자하는 게 뭐 어때서!!!"

"혼자가 편해요. 그냥 평생 혼자 살까 싶어요."

"일단 만나봐요. 교제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주 만나면서 깊은 대화도 나눠보고 야 본인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니까?"

"알아서 할게요. 선배도 그렇고 유부남들은 은근히 나한테 대리 만족 하려는 것 같단 말이지..."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다부진 체격에 호감 가는 목소리와 유명 유투버를 닮은 외모.

느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분명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내 여직원들 또한  사람 있었음에도 그는 이성관계에 전혀 극적이지 않았다.

그가 내게 해준 말들로 미뤄볼 때 오래전 실연의 상처와 후회가 그음 한 편에 크게 남아 있어서일까?

매사에 기준치가 높은 그가 알게 모르게 이성에 대해서도 본인만의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영향 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내가 그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면도 없지 않겠지만,

그에게 주어진 젊음의 달란트를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난 한동안 에게 오지랖을 부렸었다.




"그냥 편하게 저희 집으로 오셔서 한 잔 하시죠."


그가 혼자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나에게는 다른 면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나 해결되지 않은 답답함을 느낄 때 그는 내가 편하게 연락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비단 나에게뿐만이 아니라 그와 친분이 깊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자주 개방되어 있던 그의 공간은

우리들 사이에서 'S Bar'라는 별칭으로 불렸었다.

그는 깊은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바텐더 같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위안을 얻곤 했다.

[MBC  '나혼자산다', 나래 Bar를 운영하시는 박나래 님]

가끔씩은 반대로 술에 취한 그가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나와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술을 한 잔 할 때, 내 이야기가 나올 때면 취중에 거안부 전화였다.


"아빠! 누구예요?"

"응. 아빠 회사 친구야."


늦은  딸아이를 재우려고 거나 놀아줄 때 받게 되는 전화. 

어디냐고 묻는 그'어디긴 어딥니까... 집이지.'라고 대답하며, 마음껏 자유로운 저녁을 즐 수 있는 영혼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보통의 관계에서 늦은 시간의 전화는 서로에게 무례가 되겠지만,

나를 찾아 밤늦게 걸려오는 그의 전화제나 기뻤다.




보름 전쯤 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사내 메신저로 나누다 대화가 끊긴 것이 떠올라 근 후 집에 와서 전화를 걸었다.

이미 다른 후배들과 취해 있던 그가 나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선배는 왜 나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데 말이야."


그는 여태까지의 그의 경력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직무의 업무를 회사 내에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현재 회사 내에서 그의 생각만큼 주도적으로 해당 직무를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부서가 부재하다는 점,

그런 일을 진짜 해보고 싶다면 차라리 회사 밖에서 조금씩 해보라는 이유를 들어 그를 강하게 만류했다.

그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이름로 부린 또 다른 오지랖이기도 했다.


근에 막내 여동생 다니던 곳을 나와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 동생이 하려는 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친구도 있고 오빠로서 소개도 해주고 도움을 주고 싶었.

하지만 어려만 보였던 동생도 이미 본인이 원하는 방향에 대한 주관이 있었고 스로 해보겠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내가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질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조언을 한다, 도움을 주겠다 나설 것이 아니었 것이다.


S와의 통화가 문득 생각났다.




결과적으로는 그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직에서 이미 내정한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애초에 본인에게 선택권이 없었는데 착각 했다고 말하며 결과를 담하게 받아들였다.

한 편으로는 잘되었다 싶으면서도 조직 내에서든 외부에서든 그가 조금씩 영향력을 더 키워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는 알아서 잘하시겠죠 뭐."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며 힘들고 고민이 많을 때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내게 자주 던 말.

그는 늘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줬고 잘할 거라는 한마디로 지지해 줬다.

돌아보면 그 자체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각자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어차피 각자 하는 것일 테다.

정말 신뢰 한다면 그 스스로 잘 해내고 견뎌낼 것 믿고 기다려 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와 고난 속에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거나 책임져 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신뢰하고 지켜봐 준다면 그걸로 충분한 건 아닐까.


늘 믿고 기다려주는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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