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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PAPA Nov 04. 2023

통찰력이 있는 사람

R

통찰(洞察, Insight)은 특정 맥락 내에서 특정 원인과 효과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 사물의 내적 본성을 이해하거나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의 행동이나 결과 (그리스어로 누스[nous 혹은 noesis])
* 자기 성찰 (introspection)
* 예민한 관찰과 추론(deduction), 안목(discernment), 인지(perception)의 힘.
지성(intellection)이나 누스(noesis)라고 함
* 모델, 맥락, 시나리오에서 관계와 행동의 동일시에 기반한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것

- 위키백과 -


"(생략)........ 그래서 예전 프로젝트에서 그에 대한 신뢰가 다 깨졌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네. 인원변경은 불가할 테고 머리가 복잡하다."

"형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잘해보고 싶은데, 그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시라는 거죠?"

"그렇지! 정확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R과 대화를 나누다 보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장황하게 같이 말하는 경우에도 찰떡같이 핵심을 짚어 내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마주하게 해 준다.

일련의 흐름들을 정확히 파악해 가면서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해 준다.

동시에 산파술과 같은 그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대답하기 위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고민의 실타래가 풀려있을 매 순간 느낀다.


"고마워! 덕분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가 좀 되었네."

"제가 해드린 건 없지만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후배 R은 내가 해외파견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를 만나게 된 건 파견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꽤 오랜 뒤의 이야기다.

그는 내가 졸업한 대학의 후배는 것이 만남의 시초였다. 

특히나 그는 나의 대학 은사님의 젊은 시절 사진의 모습과 무척 닮았기에,

나는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호감이 들었.


좋아하는 일에는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허투루 에너지를 쓰지 않고 칼 같은 면이 있는 나.

나와 달리 최소한 겉으로는 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두루두루 원만한 그.

나는 처음에 그와 나의 성격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그는 나와 슷한 면이 많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호기이 강했고, 업무에서든 개인적인 삶에서든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성격이었다.


작년 중반에 그와 더욱 가까워진 계기는 회사생활 중 심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사내 '헬스청년단'을 결성하면서부터였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바로 단체로 등록할 수 있는 헬스장들을 같이 알아보고 서로 출석을 장려할 수 있는 간단한 규칙들을 정했다.

가능한 시간대에 함께 모여 운동하고 독려하면서 올해까지도 모임이 유지되었다.


R은 보통 출근 전 아침조로 운동을 했고, 아이가 있는 나는 대개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했다.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달랐지만, 또 그 와중에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뜻은 맞아 그와 나는 사물함(Locker)도 공유했다.

정말로 운동을 하고 있는 건지 사물함 안의 보관물품들의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며,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열심히 감시했다.

[추억의 KBS 개그콘서트 '라스트 헬스보이']


그리고 새로운 2023년.

사실 나는 작년의 어느 시점인가부터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지나온 내 삶에 대한 후회에 조금씩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늘 내 삶의 운전대를 남들에게 맡기고 끌려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

늘 변화를 추구하고 그와 관련된 부서들에서 이력을 쌓아간다고 했지만 동시에 진짜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들.

그렇다고 게 회사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날 결단을 하지는 못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회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도전도 하지 않고 스스로 안정적인 길만을 택해 밟아온 것 닌지 미련이 남기도 했다.


그 무렵 그에게도 함께 퇴근하는 길에 앞으로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자는 생각을 공유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도 나만큼이나 이미 회사생활이나 개인의 삶에서 화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와 당시 나눈 이야기 중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다.

나나 그를 포함해 학창 시절에 공부만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인생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회사라는 정해진 조직의 울타리 내에서는 름대로의 성실함으로 인정을 받는 편이라지만, 

내 삶의 근본적인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있지 못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전력투구를 해보자는 다짐 나눴었다.




올해 초. 그와 점심시간 회사 근처의 커피숍에서  추진하고 있는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교류했던 날이 생각난다.

내가 이 온라인의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적은 글이 늘어갈 무렵에는 진짜 작가가 되어보고 싶은 나의 생각과 목표도 공유했다.

아내를 제외한 가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을 누군가에게 터놓으니, 그것이 또 내게는 계속 글을 써야 할 자극이 되기도 했다.

늘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하자는 의지도 한번 더 나눴다.


나와 같은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 회사 내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변화의 노력들이 있었다.

그중에 나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외부의 사람과는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남도 주선해 주었다.

스타트업 회사의 중역(C-Level)이자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계셨던 그분과의 만남.

일회성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분이 나를 위해 해주었던 진솔했던 이야기내 나름대로의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촉매가 되었다.

날카롭지만 전혀 가식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본인의 경험과 통찰(Insight)들.


그리고 올해 들어 내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나는 R의 도움이 한번 더 절실히 필요했다.

당시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몰입하기 시작한 사내 프로젝트.

이에 대해 단순히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 아닌,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타당성에 대해 냉철한 비평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내가 반드시 위촉해야 할 고문(Advisor)이었다.

한 주를 마치는 금요일 저녁 퇴근 후 그를 모시고 정기적으로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의문이 생기는 포인트들을 정확히 짚어주었고, 나는 그것들을 스스로 다시 자문하고 보완해 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 내가 시도한 많은 많은 노력 중 회사 내에서는 분명 가장 큰 변화의 나비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확실히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들을 옆에서 함께 지켜봐 준 R에게는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내게 도움을 주기만 하는 그에게 올해 한 가지 더 큰 도움을 받았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그가 내게 한 가지 툴을 배워볼 것을 권했던 것이다.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큰 환기이자 동시에 자신감이 올라가는 경험이었다.

물론 지속해서 활용해보지 않으면 잊히기 쉬운 휘발성이 강한 내용이었지만, 최소한 한 번쯤 새로운 분야에도 발을 담가본 좋은 자극은 내 마음속에 또 하나의 작은 씨앗으로 남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R 데이터 분석, 한빛미디어]


"돈을 내면서라도 쌓을 경력을 회사에서 기회를 주니 힘들지만 좋습니다!"


최근에 그는 그의 전문 지식을 살려 사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울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해 공식적인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도 분명 전문 강사로도 경험을 쌓고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교육과정으로 교육시설을 방문다가 강의를 나온 그와 마주쳤었다.

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그가 지쳐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더 성장해가고 있음이 확실하게 보였다.

오랜 시간 함께 변화의 의지를 다져온 그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정말로 기쁘다.




P.S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과 또 다른 R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응원의 메시지.


우리는 모두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길목에 있는 것이라 믿는다.
한걸음 한걸음 계속해서 정진하며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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