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계절을 안타까워마

by 여운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기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

사계에 맞춰서 옷이 바뀌고, 축제를 즐기고

그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느낀다.


나의 경우엔 조금 달랐다.


가령 학창시절에 하복과 춘추복 혼용기간이 되면,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도 춘추복을 고집했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도

매일같이 하복을 꺼냈다.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최대한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싶었다.


원체 미련이 많은 성격 탓에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여름에게는 그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

9월만 되면 모든 게 그립게 느껴졌다.


저녁 8시까지 지지 않는 해,

여름밤의 산책 속

누군가와의 간질거리는 장난,

녹아버릴라 빠르게 먹어야 하는 아이스크림,

초록과 푸름이 뒤섞인 여름냄새.


분명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는

더워 죽겠다며 짜증을 내고

비가 억수같이 퍼부을 때는

출퇴근길을 걱정할 뿐이었는데

여름이 지나간 지금은 저런 예쁜 기억들만 남아있는 것이

조금은 신기하다.


여름은 흔히들 청춘에 비유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유난히도 덥고 뜨거웠던 올해 여름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도 성큼 다가온 가을과

곧 다가올 겨울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다음 계절들을 만끽하려고 한다.


또 지나간 계절들을 안타까워하지 않도록.





제목은 위수 -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라는 곡에서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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