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

by 여운

내 첫 사랑은 다름아닌 한 여자아이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동네 축제에 왔던

그들을 보고 첫눈에 반해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서 나중에 커서

최애랑 결혼할 거라는 내 말을 듣고 경악하던 언니가 떠오른다.

(당시의 나는 좋아함의 최상급 표현이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결혼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고,

진짜 그럴 마음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정도로 많이 좋아했다.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이 저렇게 빛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년 전 그 아이돌의 콘서트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이 말했다. "너 진짜 진심이구나."

당연하지. 가짜 진심이란 건 없잖아.

농담 따먹기를 하는 나를 보며 지인은 자신은

철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바뀐다며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누군가를 한번 좋아하면 잘 싫어할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

그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쉽게 마음을 저버리기가 항상 어려웠다.

그래서 누가 봐도 몹쓸 연애를 끊어질듯 말듯 장기간 이어가기도 했고,

몇 년이 지나도 호감 있던 사람의 안부는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했다.


가끔은 너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니까.

이 순애가 오래도록 간직되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예외적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