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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Apr 04. 2024

굳이 굳이 낭만 찾기

교통비, 그리고 직업정신

 “생각해 보니까 여기 교통비가 LA보다 더 비싸네.”


 마쯔야마에서 가류산장까지 버스비만 3000엔(27000원가량)이었다. 이건 그나마 저렴한 것이었고, 만약 JR선을 탄다면 거의 2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기엔 조금 부담이 있었던 터라 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류산장으로 향했다. 마쯔야마 태생인 일본인 친구 타카시의 추천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류산장을 관광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며 계산을 해봤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이었다. LA여행 당시에는 가끔 우버를 이용한 것을 제외하면 TAP카드로 지하철과 모든 버스를 다 이용할 수 있었다. TAP카드는 7일에 20달러, 한화로 대략 26000-27000원 정도가 된다. 심지어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한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가만히 관찰해 본 결과 백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임승차를 했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정말이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조차도 말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같은 한국인인 것이 부끄럽다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흑인들은 버스에서 하차할 때 버스기사에게 항상 “Thanks bro.”혹은 “Thanks driver.”을 외친다. 버스기사 또한 이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카드를 찍으려는 나에게 조차 그냥 타라고 한 적도 2번이나 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1.75달러라는 잔돈이 없어 10달러를 통으로 내려는 나에게 그냥 타라고 해서 그저 감사했는데 이후 TAP카드를 찍으려는 나에게 그냥 타도 된다고 손짓하는 버스기사도 몇 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그 동네는 다 그렇다고 했다. 그나마 통제를 하는 곳이 지하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와 지하철은 그 지역에서 운영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다. 실제로 마약 또는 술 중독자들이 초점 없이 서성이면 직원들이 쫓아내는 모습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최소한의 제제 이외에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상상 이상으로 자유로웠다.

 그에 반에 일본은 정말 철저했다. 당연히 승차와 하차 시의 위치는 달랐고(우리나라는 아주 가끔 뒷문으로 내리는 경우를 본다.) 하차할 때 운전기사님이 직접 일어나서 승객 각각의 교통비를 직접 받거나 카드를 잘 찍는지 확인을 한다. 그 덕분에 무임승차는 상상도 못 한다.(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지하철 무임승차가 여전히 많다.) 그리고 대중교통 안에서 큰 소음은 없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고 고성방가를 하는 LA와 비교할 것도 없이 내가 사는 곳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모르는 사람의 개인사를 한 가지는 알게 된다. 아마 이거는 성향의 문제인 것일까? 아무튼 그렇다.


 LA는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생각이 ‘어차피 월급 나오니까.‘라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사건사고가 아니라면 크게 제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주어진 일에 너무나도 진심이다. 일본 드라마들만 봐도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 자신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꽤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자본주의의 끝판이라고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어떤 행위로 인해 소득이 추가가 된다면 더욱더 열심히 일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 이상의 에너지 소비는 지양하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은 ‘최선을 다해야 해.’라는 생각이 강해 보인다. 급여가 많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나의 정성과 친절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을 여행할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만약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여긴 아닌 거 같아.’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겠지만, 우리나라 또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업무능력과 상황대처능력 그리고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요구한다고 느낀다. 물론 앞의 둘은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늘어난다. 책임감이야 사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희생을 요구할 때면 가끔 갸우뚱한다. 세상은 변하는데 출근시간은 여전히 이르고, 추가 업무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잔업을 할 것을 은근히 요구한다. 교육시간을 따로 주긴 싫고 개인의 휴식시간 또는 쉬는 날을 이용하여 일을 배우길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에 발각되면 안 되기에 한 번은 혼나야 한다. ‘난 너를 혼냈으니 이 상황은 네가 자처한 일이다.’라는 것을 관리자는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이곳에서 사는 나조차도 가끔은 일본의 친절하고 희생적인 모습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뭐, 결론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 상황이 그들에 비해 좀 더 나은 부분이 있고 더 각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중교통비는 미국도 괜찮긴 한데 우리나라가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부산지역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리한 국가에서 무임승차와 내 알바 아니라는 이유로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에 의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합리적인 대중교통비에 대한 대가로 여기고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여러 생각이 두서없이 들게 된 여행이었다. 

가류산장. 에히메 현에 위치한 마쯔야마는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에는 너무나도 잔잔하고 한적한 곳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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