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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Apr 06. 2024

굳이 굳이 낭만 찾기

꽃구경

"엄마 우리도 꽃구경 갈까?"


 3월 마지막 주에 친구와 마쯔야마 여행을 갔었다. 그 당시에 마쯔야마성도 모든 벚꽃이 만개하진 않았었지만, 날이 굉장히 맑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아주 진한 분홍색의 벚꽃이 나무 몇 그루에 활짝 펴 있어서 파란 하늘과 진한 분홍 벚꽃에 심취했었다. 친구와 나는 '돌아가면 부산도 길거리가 벚꽃으로 물들겠지?'라는 생각에 신나 했었다. 막상 돌아오니 생각보다 개화시기가 좀 늦기도 했고 그나마 꽃이 핀 나무도 만개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길거리가 벚꽃으로 차오르기 시작하긴 했지만 거의 매일 하늘이 우중충해서 예년만큼 꽃구경을 하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꽃이 예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에 서서 혹은 벤치에 앉아서 꽃을 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인스타그램에는 일부러 벚꽃구경을 갔다는 인증사진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과 사진들을 보니 부모님과 오랜만에 꽃구경을 하면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전투표 하러 갈 겸 꽃구경을 하러 길을 나섰다.

 여전히 날은 우중충 했지만, 아파트 단지 옆에 흐르는 작은 냇가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에는 벚꽃이 만개를 했고, 길거리의 철쭉은 곧 펼칠 것 같은 꽃몽우리 상태로 준비 중이었다.

"꽃은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나 봐."

 한참 꽃을 보며 웃으시던 엄마가 말씀하셨고 나는 아니라고 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중고등학생들도 꽃이 예뻐 사진을 찍고 젊은 사람들은 일부러 꽃구경을 하러 멀리까지 간다고 말을 했다.

"할머니들이나 우리 또래만 해도 안 그래. 젊을 때는 먹고살기가 바빠 꽃 볼 시간이 없었어."


  봄이 오면 피어나는 그 예쁜 꽃 잠깐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먹고살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너무 아쉬워서,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한다고 하시는데 짠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우리 세대에게는 우리 나름의 힘듦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볼 여유는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여유 정도는 있다. 하지만 옛날 어른들 세대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고 하셨다. 전쟁 이후 나라가 조금씩 성장을 했지만 그 성장 과정에 있던 당시의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먹고사는데 집중해야만 했다. 아파도 병원 갈 여유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시간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완치가 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 또한 가난이 이유였다. 그런 시절에 꽃이란 사치였던 것이다.

 물론 나의 상황을 50-70년대와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내 또래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나는 살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어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눈앞에 있는 꽃으로 부족하면 국내든 국외든 장소를 이동할 여유도 가끔은 있다.


 내년에는 부모님 모시고 더 예쁜 곳으로 꽃구경하러 가야겠다.

일단 겹벚꽃은 아니고, 색깔은 찐한데 생긴 것은 벚꽃같이 생겼다. 벚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굉장히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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