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픈걸 못참겠어요.

by 이와테현와규

만 2세가 되지 않은 작은 여자아이가 채혈실에 방문했다. 엄마는 동생을 안고 있었기에 내가 직접 이 아이를 안고 채혈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2차 병원의 채혈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상병리사이고,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소아채혈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의자가 영유아가 앉기에는 굉장히 낮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 대부분 부모님의 무릎에 앉아 채혈을 한다.)

우선 아이의 어머니에게 '제가 아이를 앉고 채혈을 진행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모랑 같이 피 뽑자."

보통은 낯선 사람에게는 닿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도망을 가거나 굉장히 크게 우는 일이 보통인데, 이 아이는 전혀 울지도 않고 나에게 안겼다.

"우리 피 뽑아주는 이모한테 팔 한 번 보여줄까?"

역시나 아이는 거부하지 않고 팔을 내민다. 이때 아이의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최근에 주사와 링거를 맞았어요, 2번."

그러고 보니 팔과 손등에 바늘자국이 하나씩 보였다. 울지도 않고 어른들의 말을 잘 따라주는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진료를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검사였기에 바늘을 꽂고 채혈을 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혈액이 무리 없이 잘 나왔다.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네..."

채혈을 하던 선생님이 당황하며 말을 했다. 아마 최근에 사용했던 혈관이기도 했고, 아이의 혈관 자체가 많이 얇아서 필요량만큼 채취되지 않았나 싶다. 일반 화학검사, 면역검사, 말초혈액 슬라이드 경검, 수혈 관련 검사가 있었는데, 적어도 5cc가 필요했지만 2.5cc 이상 채취가 되지 않았다. 억지로 채혈을 강행하면, 혈액세포가 망가져 의미가 없기에 다시 바늘을 꽂을 수밖에 없었다.

손을 바꿔 다른 선생님이 아이의 팔과 손을 살피기 시작했지만, 도저히 혈관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혹시나 아이가 겁을 먹을까 봐 하는 마음에 아이의 자세를 바꿔가며 달래려 노력했다.

"우리 조금만 더 해볼까? 힘들지?"

아이는 몸으로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간간히 나에게 말했다.

"아... 파..."

그 말을 두세 번 반복하는데 내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왜 다른 아이들처럼 울며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결국 나는 선생님에게 '우리 발로 봅시다.'라고 말했고, 아이의 발을 봤더니 다행히 혈관이 괜찮았다. 그래서 우리는 발로 채혈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의자에 앉힌 뒤에 발이 움직이지 않도록 그 작고 말랑한 발을 잡았다. 아이의 발에 바늘이 들어갔고 아이는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지 않으려 이를 꽉 무는 모습이었다.

"울어도 돼, 아프면 울어도 돼. 울어야 덜 아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울지 않으려 두 눈을 꼭 눌렀다. 주먹으로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려고 이 악물고 노력하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채혈은 무사히 끝났고, 아이를 의자에 앉힌 뒤 어머니에게 조금 쉬다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내 자리로 돌아오니 아이는 긴장을 풀고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 시작했다. 저 작고 말랑한 아이가 작은 어른으로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 아기는 항상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병원을 방문할 텐데, 그때마다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 텐데 울지도 않고 참네... 너무나도 어려서 아직은 '어른도 힘들만한 아픔'을 견뎌야 하는데도 저렇게 예쁘게 웃네. 난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우는데.'


요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매일 우울감과 식욕부진으로 울고 있다. '잘 먹는 사람'이 식욕이 없어 거의 매일을 굶으니 부모님의 눈에는 '병이 생겼나.' 하는 걱정에 자꾸 나에게 이것저것 먹이려 노력하신다. 사실 살다 보면 겪을 수는 있는 일인데, 단지 내가 견디기 힘들다고 매일이 무력한 나 자신을 보니 나는 아이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계속 눈물이 났다. 동시에 내가 너무 철없고 바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난 언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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