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공방을 운영할 때는 출강을 많이 다니지 않았다. 그때는 들어오는 문의들을 공방 수업이 많다는 이유로 종종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지? 그냥 나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당시 왜 그렇게 거절을 했었는지 이유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냥 배가 불러서 나가기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내 성격이 그냥 넘어가지 못해 생겨난 일이었던 것이다.
오프라인 가게를 정리하고 지금은 출강만 나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출강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수업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 출강을 나가면 공방 수업보다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는 걸 볼 때면 뿌듯함이 힘든 것보다 몇 배는 크게 다가온다. 난 수업을 하는 그 순간보다는 담당자와의 수업 조율할 때가 가장 힘이 든다. 일단 사람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닌 전화로 하는 게 첫 번째이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수업을 하러 가서 직접 얼굴을 보면 내가 오해했구나 나는걸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난 얼굴을 보지 않고 통화로만 진행하는 경우엔 더 친절하게 웃으며 하려고 노력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을 수 있다는 옛말이 있듯이 좋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당하는 분들 중엔 간혹 차가우신분들이 계신다. 말투는 물론이거니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말을 기억을 못 해서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 약속한 부분을 나중에 가서 변경하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말 한마디면 다 넘어갈 수 있다.
"죄송하지만.... 변경 가능 하실까요?"
"제가 착각을 해서요. 이 부분 수정 가능하실까요?"
"이 부분은 진행이 어려울 거 같은데 다른 걸로 해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얘기하는 담당자분들에겐 몇 번이고 수정해 드리고 변경해 드릴 수 있다. 나에게 정중한 분들에겐 얼마든지 무엇이든 수용가능 하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나이가 아무리 어린 담당자라도 항상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조율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분들만 있지는 않다는 게 함정이다...
"변경해 주세요."
'이건 싫어요."
"이 부분은 아니에요. "
"제가요? 아닌데요. 바꿔주세요..."등등...
더한 분들도 있었지만... 그런 분들도 기분이 상한 상태로 만났을 경우 정말 좋은 분인 경우가 많다. 선입견이 생겼던 거다. 말 한마디 때문에 말이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러실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나처럼 직접 보지 못하고 전화로만 업무를 체결하는 경우엔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은 못 보고 지나갈 거 아닌가..?
그래서였다. 전에 출강문의가 왔을 때 거절했던 이유 말이다.
난 첫 통화에 무례함이나 안 좋은 느낌(?)이 드는 경우엔 모조리 거절했다. 안 좋은 기분을 가져가고 싶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지금도 그 기분을 느낄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나중에 만났을 땐 내가 알던 그분이 아닌 다른 분이 계시기에 기분이 상하거나 힘들긴 하지만 참으려 노력한다. 그래도 너무 참으면 병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런 분들에 겐 참지 못하고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나도 좀 유해져서 저런 부분을 쿨하게 넘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그 경지까지는 오지 못하고 무턱대고 거절하지 않고 조율하며 가는 방향까지는 왔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그런 부분들에 일일이 상처받고 욱하지 말고 그냥 유하게 넘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분들이 바뀌는 거보다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