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환우회 카페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구토, 설사, 농양, 소양증, 봉합지연 등 생명은 위협하지 않지만 괴로울 수 있는 수 많은 부작용들을 겪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환우 및 보호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암 중에는 그 많은 부작용에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이식 후에는 눈에 띌만한 부작용이 없이 복직하여 일상생활을 누리는 나의 이야기가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모양이다.
어느날
내가 겪은 모든 부작용을 비슷하게 겪고 있는 환자에 대한 보호자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그 글에
"그 같은 부작용들을 겪고 있으니 얼마나 괴로우실지 상상이 갑니다.
그래도 그 부작용들이 있대서 치료의 성적이 나쁜 건 아닙니다.
저도 그런 부작용이 있었는데도 이식과 생착이 잘 되었고 지금은 복직하여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보호자님께서
"이 무서운 병을 이겨내시다니 대단하세요. 환자에게 알려주면 위로가 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라고 답글을 달아주셨다.
이 댓글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왜냐하면 나는 이 병을 이겨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울고, 고통스러워하고, 구르면서 시간이 지나갔고 병은 약이 이겨냈다.
나는 지독한 혈액암에 대해서 압도적인 패배감을 느꼈다.
투병 내내 두려웠고 치료 종료 3년이 된 지금까지도 압도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겨내지 못하고 그저 그만두지 못해서 있기만 한 것은
과연 혈액암 뿐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