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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Sep 25. 2022

4부작/일주일 전 2

아빠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아빠랑 엄마가 초밥이랑 고구마를 사 왔다고,

밥 먹어야 되니까 손 씻고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오빠를 불러서 식탁에 앉았다.


엄마랑 아빠 나한테 같이 쇼핑하러 가자고 했지만, 난 '안녕 자두야'가  더 보고 싶었다. 토요일엔 집에서 쉬고 싶다. 아빠는 늘 토요일마다 나가서 놀자고 하지만 난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싶다.

오늘은 엄마가 오빠랑 집에 있어도 된다고 해줘서 집에서 유튜브를 봤다. 그래도 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집에 올 때 초밥이랑 고구마를 사다 달라고 했다. 엄마는 화가 나도 내가 먹고 싶은걸 말하면 늘 들어주니까!

그래서 엄마는 초밥을 사 온 것이다.

오빠는 초밥을 안 좋아해서 내가 밥 먹으라고 할 때부터 짜증이 나 있었다.

그래도 넷이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오빠도 잘 먹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고구마는.. 나는 따뜻한 고구마가 먹고 싶었는데 고구마는 너무 차가웠다. 아빠가 이건 고구마 샐러드라고 알려주셨다. 아빠가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차가웠다. 고구마는 따뜻해야지!!

내가 잘 안 먹자 아빠는 오빠에게도 먹어보라고 했다.

오빠는 싫다고 하다가 한입 먹고는 맛없다고 했다.

오빠는 역시 개구쟁이다. 맨날 저런다ㅡ라고 생각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화를 버럭 내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문이 쾅하고 닫혔고 오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너무 놀라서 엄마를 봤는데 엄마가 내 등을 쓸어내리며,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아빠는 또 장난을 쳤나 보다. 원래 아빠는 장난만 치니까.

오빠가 우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엄마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엄마는 오빠 방과 안방을 차례대로 왔다 갔다 하고는 다시 식탁에 앉아 깊은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내 등을 쓸며 괜찮다고 해주었다.

그런데, 웬일 일지 요즘 엄마도 아빠도 서로 말이 없다.

아빠는 나와 오빠에게 말도 걸지 않고 매일 늦게 들어온다. 엄마에게 아빠 언제 오는지 물어도 직접 전화해 보라 고만한다. 아빠는 내가 물어도 응, 아니 로만 대답한다. 묻지 않면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래도 나는 불편하지 않다. 엄마가 있으니까.

다만 이상한 건 아빠가 토요일에도 엄마에게 나가자고 하지 않는 거다. 왜 그런 걸까? 갑자기 나는 조금 마음이 불안해졌다.


소설 같은 이야기, 알 수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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