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동해물과 백두산이

동기부여 높이기

by 김양희



재활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동기부여'이다. 종종 환자분이 motivation(동기부여)이 저하되어 있어서 재활치료가 더디다는 말들을 할 때가 있다. 재활을 하고자 하는 의지, 치료에 열심히 임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면 본인뿐 아니라 의료진, 가족 모두가 힘들어한다.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단 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내게 언어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하기 싫다고 치료실을 들어오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재활치료를 받고 싶지 않지만 스케줄대로 보호자분들이 원하는 대로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있고. 운동치료를 해서 걸어다니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여 언어치료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다수의 분들은 열심히 따라와 주시고 준비한 자료들을 열심히 해 주신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신 분들 중에는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한쪽 팔, 다리가 마비되거나 약화돼서 움직이는 게 어렵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모든 치료를 받기 싫어하기도 하고, 몸 움직임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언어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우울해지기도 하고, 이 우울감이 뇌 손상의 원인이거나 심각할 때는 약 처방 등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환자분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분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우울감은 치료의 진행과 병의 호전을 방해하는 아주 안 좋은 요인이다. 그래서 치료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들은 환자의 기분 상태를 매우 중요시한다.


병원에서는 이러한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해서 노래 부르기, 난타, 요리교실, 원예치료와 같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처음부터 가기 싫어하는 환자분도 있지만, 참여하다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또, 아침마다 간호사실 앞에서 환자분들이 모여 노래와 체조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역시나 환자분들을 위한 노력이다.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책에서 본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다. 여자들은 말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었던가. 그래서 노년에도 노래교실을 다녀야 한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걸 보며 맞다며 박수를 친 기억이 있다. 나 또한 입을 움직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할머님들에게 노래를 부르고 말을 많이 하셔야 말 연습도 되고 기분도 나아진다고 말씀드린다. 노래를 부르면 호흡도 좋아지고 발음도 또렷해지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진다.





아주 심한 실어증 환자분들은 단순하게 단어를 말하는 것이 어렵다. 단어의 의미를 알아도 원하는 게 있어도 단어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분들이 대개는 아주 익숙한 노래들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치료사가 '동해물과 백두산이~'하고 노래를 시작하면 신기하리만치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완창 하신다. 어떤 분은 노래를 부른 후 눈물을 보이셨다. 하나의 단어조차 말하지 못해서 답답해하다가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한 것이 감동이었던 것 같다. 환자분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 드리면 참 기뻐하신다.


애국가, 아리랑, 학교종, 산토끼, 비행기 등과 같이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노래나 '일, 이, 삼, 사, 오', '하나, 둘, 셋, 넷, 다섯' 등의 수세기와 같이 많이 말했던 것들은 자동적으로 쉽게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한 실어증의 환자분들에게 이러한 잔존 능력이 있는지 확인해보기도 하고, 말하기의 준비단계로 시작하기도 한다.


기분이 처지거나 살짝 무기력할 때 몸을 가볍게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볍게 산책을 30분간 하고 나면 몸에 활력이 돈다. 어느 책에서 보니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소리 내서 읽거나 말을 하는 행동들도 몸을 움직이는 운동과 같은 활력 징후와 같은 효과를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리를 내기 위해 입과 혀가 움직이고 구강의 움직임을 통해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효과를 준다고 본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환자분들이 기분이 안 좋다고, 치료받기도 싫을 만큼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한 보호자분은 '나도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데, 환자는 어떻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런 날은 노래부터 부른다. 실어증이 심한 분들은 '동해물과 백두산이~'부터 시작하고, 조금 대화가 가능하신 분은 그분의 애창곡을 틀어드리고 가사를 드린다. 덕분에 나는 들을수록 좋은 옛날 노래를 많이 듣게 된다. 최근에 가장 많이 부른 곡은 김정호 님의 '하얀 나비'인데, 멜로디와 가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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