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기
어려서 시골에 살았던 나는 빵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구멍가게 하나, 옻닭 식당 하나, 파출소, 농협이 있고 10 가구 정도 사는 동네였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빵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고 성인기 이후 빵집에 우르르 몰려가는 풍경을 좀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빵의 맛을 몰랐었다. 세끼 밥만 배불리 먹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커 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빵을 만드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아서 그저 그 일은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직장동료가 LA찰떡과 쿠키를 만들어 왔었다.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배웠나 엄청나다 감탄만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 보고 만들었어요"
베이킹 교실을 가지 않고도 가능하다니?
충격이었다.
그 어려운 빵을 글로 배운다니?
'그래, 저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일인가?'
그래서 육아휴직을 했을 때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10 년 전에 1일 클래스를 몇 번씩 수강하였고, 마카롱, 치즈케이크, 도지마롤, 초코칩 쿠키 등등을 배웠다. 레시피를 갖고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유튜버들이 더 쉽고 좋은 레시피들을 친절히 알려줘서 따라 해 보고 가족들과 먹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하기도 한다.
베이킹은 정확한 양과 정확한 온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레시피의 순서도 중요하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구울 때에는 크림치즈를 상온에서 적당히 녹여 크림처럼 부드러워질 때까지 휘핑해 주는 게 좋다. 이후 설탕을 넣는데, 이때 설탕을 잘 녹여야 한다. 그리고 생크림을 정량 넣는데, 나는 생크림의 양을 줄이고 요거트를 살짝 첨가한다. 레시피를 살짝 변형한 것인데 요거트의 상큼함과 새콤한 맛이 풍미를 더 살리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계란을 넣는다. 계란을 풀 때 휘핑을 과하게 많이 하게 되면 케이크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적당히 풀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예열된 오븐에 215도로 30분 굽는다. 구워진 케이크는 틀에서 분리하여 냉장고에서 6시간 이상 숙성 후 먹는다. 케이크가 퍼석할 때가 있고 쫀쫀할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계란 휘핑의 정도와 완성 후 냉각 시간의 차이로 빚어졌던 것 같다. 내 주변의 분들은 대개 밀도 있는 쫀쫀한 케이크를 선호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스페인의 어느 지역이 고향이라고 한다. 크림치즈, 생크림, 달걀, 설탕 4가지의 재료가 오리지널이다. 그러나 내 케이크에는 요거트가 들어가서 정확히는 바스크케이크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이 케이크를 유튜버에게 배웠을 때 영상에서는 끼리치즈를 추천하였다. 끼리치즈는 새콤한 맛이 나길래 다른 크림치즈를 쓰면서 요거트를 넣었더니 새콤한 향이 올라와서 제법 근사했다. 이후부터는 크림치즈의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요거트를 첨가한 보통의 크림치즈가 더 맛이 좋았다. 215도의 고온을 30분이나 견딘 케이크의 상단 표면은 새까맣게 탄다. 까맣게 탄 표면 부분과 속의 부드러운 치즈가 만나서 더 고소해진다. 커피의 씁쓸한 맛도 생각이 나면서 자동적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에 두게 된다. 간혹 까만 부분을 먹기 싫다고 걷어 내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맛이 좋긴 하지만 특유의 쌉쌀한 맛이 살짝 사라지는 느낌이다. 와인의 안주로 곁들여도 훌륭하다.
베이킹을 준비할 때는 마음이 설렌다. 기대가 된다. 고소한 향기와 따뜻한 온기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베이킹을 내가 완성해 내는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좋아하는 그들의 표정을 볼 기대에 설렌다. '치즈 케이크가 먹고 싶었는데,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을 걸 알고, 내심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아이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저트 중의 하나는 마카롱인 것 같다. 예쁜 모양과 색깔의 마카롱은 참으로 기분 좋게 한다. 고급스러운 포장에 다양한 맛의 마카롱은 선물로 제격인 것 같다. 사실 나는 마카롱의 맛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았다. 10년 전쯤 마카롱을 배우러 1일 클래스에 갔을 때에도 선물하기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마카롱을 선물했을 때 사람들은 시중의 마카롱은 왜 이리 비싸냐 물었었다. 글쎄, 모든 게 그렇듯, 재료비와 수고비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재료비부터 많이 든다. 마카롱의 뚜껑처럼 생긴 꼬끄는 밀가루보다 10배쯤 비싼 고운 아몬드가루를 사용했고 슈가파우더 또한 설탕보다 비싸다. 샌드위치의 빵처럼 생긴 꼬끄 사이의 필링 재료도 크림치즈를 많이 사용하는데, 크림치즈 역시 재료비가 비싸다. 크림치즈에 맛을 입혀야 하니 다른 재료를 더 첨가해야 한다. 둘째로 수고비라 말한 이유는 마카롱을 만드는 초심자들은 망(!)카롱(망한 마카롱)은 자주 만나게 된다. 꼬끄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달걀의 흰자만 볼에 넣고 거품기로 거품을 내야 하는데, 이 거품을 내는 과정이 숙련되지 않으면 꼬끄가 모양이 예쁘지 않고, 퍼지거나 터질 수가 있다. 또 오븐의 일정하고 정확한 온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저가의 오래된 오븐으로는 어렵다. 이 또한 나의 경험으로, 오래된 오븐으로 대량의 망카롱을 만들었다. 모든 것은인가! 저가의 오래된 오븐으로는 만들 때 내게 슬픔을 주었던 마카롱은 새로운 오븐을 들이자마자 거짓말처럼 꼬끄가 예쁘게 완성되었다. 구세주처럼!
내가 직접 고르고 산 재료로 마카롱을 만들고 아이들 입에 넣어줄 때의 뿌듯함과 행복감을 안다. 아이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가슴에 뜨끈한 감정이 올라온다. 계획했던 일은 완성하고 나면 해냈다는 성공의 성취감과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배우고 성공해 보는 경험이 내가 더 성장했다는 뿌듯함과 연결돼 행복감이 밀려온다. 나의 마음을 시끄럽게 하던 다른 일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현재의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베이킹을 안 할 수가 없다. 도전을 또 하게 된다.
무언가를 배우면 시간이 더 길어진다고 했다. = 더 천천히 늙는다.
스스로를 더 채워가는 느낌으로 새롭게 배울 것을 찾는다.
나를 위한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