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찾기
사랑초.
사랑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름만으로도 참 예뻤다. 이 꽃을 키우면 사랑이 샘솟을까? 잘 키우면 사랑이 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워보니 잘 죽지 않고 쑥쑥 자라줘서 사랑초만큼 내 안에 사랑이 쑥쑥 컸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길가에 흔하게 핀 잡초 같은 괭이밥 종류의 사랑초도 있다. 나는 베란다에서도 알록달록 쨍한 색감의 꽃을 보여주는 사랑초의 여러 종류를 키운다. 여름 하형종도 있고 겨울 동형종도 있다고 하는데, 꽃을 잘 볼 수 없는 계절인 겨울에 볼 수 있는 동형종 사랑초 구근을 나는 좋아한다. 여름 끝 무렵에 손톱만 한 사랑초 구근을 심어서 겨우내 꽃을 보다가 늦은 봄 즈음 흙에서 구근을 골라 보관해 놓는다. 심었을 때 4개였던 구근이 이듬해에는 2배 이상으로 자구를 만들어 내서 8개 이상의 구근을 획득하여 구근 부자가 될 수 있다. 이 구근이 뿌리가 되어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내고 하나의 뿌리만으로도 많은 꽃들을 볼 수 있기는 하다. 대개 작은 화분에 4개에서 6개 정도의 구근을 심어 놓으면 어느 정도 풍성한 꽃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불어난 구근들을 이듬해에 다른 화분에 옮겨서 더 늘려 많은 꽂을 보기도 하고,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서 원하는 분들에게 나눔을 한다.
사랑초 종류는 다양하다. 홑으로 피우는 꽃들도 있고 겹으로 피워내는 꽃들도 있다. 색상도 빨강, 노랑, 주황, 보라, 살구색 등등 알록달록 다양하다. 사랑초를 처음 접한 몇 년 전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구근을 사거나 나눔 받았었는데, 최근에는 구근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이 생겨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색상이나 꽃 모양을 골라서 구근을 사다가 심을 수가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꽃들도 역시나 모여서 피우는 게 예뻐서 색깔별로 키우면 참 볼만하다. 사랑초는 해가 있는 낮동안에 피었다가 밤이 되면 수줍게 잠이 든다. 퇴근 후에 베란다를 들여다보면 어떤 때에는 꽃의 얼굴을 못 볼 때가 있다. 해가 길 때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데, 출근을 하는 나는 거의 주말에만 활짝 개인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쉽기는 하다.
어떤 씨앗이든 깨끗하게 소독된 흙에서 잘 발아가 되기 때문에 판매하는 상토 종류를 사다가 심는 것이 좋다. 흙 속에 벌레들이 있으면 이 씨앗을 갉아먹기도 하고 흙 상태가 좋지 않으면 싹이 트기도 전에 썩을 수가 있다. 그나마 사랑초는 성격이 좋은지 웬만해서 잘 깨어나는 편이다. 늦은 봄에 꽃이 시든 후에는 화분에 물을 맒렸다가 종이 국물 팩에 구근을 보관해 놓는다. 습기를 머금지 않고 통풍이 되기 때문에 구근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광복절 즈음이 지난 후에 열어보면 뿌리가 나와있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홑꽃보다는 겹꽃을 선호하여서 꽃잎이 풍성한 폼폼 사랑초나 더블 잎의 사랑초를 좋아한다. 하지만 겹꽃보다 홑꽃이 꽃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꽃잎이 시들어질 때 꽃을 살짝 힘줘서 잡아당기면 '똑' 소리가 나면서 꽃대가 뽑힌다. 그 소리와 느낌을 즐기는 분도 있다고 한다. 나도 따라 해 보았는데, 똑똑 소리가 유쾌했다. 하지만 꽃대 따는 것은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지 적절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뿌리째 빠져나와서 식물에게 미안했다.
흙을 만지면 마음도 보드라워진다. 아이들 모래 놀이하는 기분이 이럴까? 보슬보슬한 흙을 만지면서 씨앗을 심거나 작아진 화분을 큰 화분에 옮겨 심으면 무언가 아이를 만지는 것도 같기도 하고 새 생명을 틔워낸다는 뿌듯한 감정이 생기는 것도 같다. 식물을 큰 화분으로 옮겨 심은 후 연한 연둣빛의 새싹이 나오면 내가 잘 키웠구나, 나는 소질이 있어라는 말들이 가슴속에서 새어 나오고 그 생명의 힘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씨앗을 심으면 또 기분이 그렇게나 남다르다. 초록빛이 전혀 없는 검거나 갈색 빛의 씨앗을 땅속에 묻어주기만 하였는데, 어느 날 싹이 나오면, 또 그 기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듯, 내가 그 조그마한 화분의 땅의 주인인 듯, 너를 잉태했구나 하는 몽글몽글한 마음이 샘솟는다. 천천히 잎을 내주다가 꽃을 보게 되면 이것이 바로 환희구나 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런데 사랑초는 그 꽃의 개수와 쨍한 화사함이 남다르다. 한꺼번에 모여서 핀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방긋방긋 웃는 아이들 얼굴 같다. 한 번쯤은 키워볼 만한 부담 없는 꽃이다.
지금 심어도 늦지 않다.
겨우내 너를 볼 생각에 마음이 콩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