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지지
"언니, 그 병원 면접 때 가지 마세요. 이미 내정자 정해져서 인수인계하고 있다네요."
"이번에 지원한 그 병원에 자리는 재계약 자리래. 5년간 일했던 사람, 연장하는 면접 자리래."
거짓말 같았던 그 이야기를 반쯤은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면접 대기 장소에서 그녀는 그 병원의 가운을 입고 면접장소로 들어갔다. 직원이었다.
'정말이구나.'
대개의 면접들에서 나는 종종 미끄러졌었다. 가끔은 뒤통수로 이런 말도 들려왔었다.
"다 좋은데, 나이가 많네요. 지금 실장보다 나이가 많으면..."
그렇게 몇 번 동안 면접을 다녔고, 이상하리만치 면접의 횟수만큼 내 말빨(?!)은 반감해갔다. 면접의 기술이 늘어야 할 텐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나이가 점점 많아질수록 불안해졌다. 그러다 막 졸업한 사람들이 학교 수업 때 면접에 대한 교과 과정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따라 해 보았다. 치료 경험은 조금 있었으나 치료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고, 최대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참 어려웠었다.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 안 사실은 내가 이렇게나 열심히 떨어져 봤기 때문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 그리고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할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 내 지금의 자리가 성공이라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만족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리고 치열한 대기업의 면접들과 비교해서는 안 되겠다. 그저, '어쩌면 떨어지는 것도 보탬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면접만 보았다 하면 붙었던 동료는, 여태껏 면접만 보면 바로 입사했던 자신을 보며 안일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젊어서 많은 고배를 마시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러한 고배가 쓰고 아팠다. 자주 술을 찾았고 고민으로 밤을 지새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요즘 세태에는 바른말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내 경우에는 들어맞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논쟁이 붙은 적이 있다. 매번 고배를 마시는 자리에 지원할 수 있냐 없냐. 나는 있다 편이었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채용 공고가 있다면 나는 계속 두드린다 쪽이었다. 그러나 내 옆의 동료들 절반 이상이 '안 한다'였다. 맞다. 맞다. 그 말이 맞다. 계속해서 나를 밀어내는 자리라면 안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설명을 들었어도 나는 계속 두드릴 것이다. 고배를 마시는 한이 있어도 계속 문을 두드릴 것이다.
나의 아빠는 공인중개사가 국가 전문 자격 시험으로 치러지기 시작하는 치열한 시기에 합격하였다. 한 해 떨어졌고, 이듬해에 붙으셨다. 혼자 독학하시다가 이듬해에는 학원에 다니셨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의 일은, 못하셨다. 아니, 하셨는데 2년 동안 사무실에서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셨다. 그러나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 도전하였고, 어려운 시기에 합격하였고, 그것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아빠는 평생을 공부하신 동양철학, 역리학을 해석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신다. 내 시각으로 볼 때, 정말 상담이다. 내가 왜 상담으로 해석할까? 찾아오는 분들이 정말 자신의 사주가 궁금해서 올까? 아빠는 아빠 말씀대로 진행한 케이스를 많이 말씀해주셨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분에게 사주에서 봤을 때 사업이 맞으니 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어떤 분은 계속적인 낙방에 공무원을 포기했었는데, 아빠 말을 듣고 계속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었다고. 몇 년 전에는 진짜일까...라고 생각하다가, 이제는 알았다. 그분들이 왜 아빠를 찾는가를.
아빠는 힘이 되는 말을 참 잘해 주신다.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다."
"너는 노년에 잘 될 거다."
"노력하면, 도전하면 다 잘된다."
"공부하면 합격할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시작해라. 그것도 새로운 기회가 된다. 새로운 길이 열린다."
좋은 말을 들으면 좋은 기운이 생기고 활력이 생긴다. 요즘은 아빠에게 그러한 고마움을 느낀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노력할 수 있었던 과거의 노력들은 아빠의 말씀들 덕분이라고. 지금은 아빠가 그러한 기운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그런데, 그 기운들을 나누어주면서 하나도 피곤해하지 않고 즐거워하는 아빠를 보며 천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아버지는, 위대하다.
결혼 전에 바라보았던 아버지는, 결혼 후에 보니 더 거대한 분이셨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한 때는 가족이 버거웠었던 적도 있었고 짐스럽게 느낀 적도 있었다.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고. 이제는 부모의 품이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복이다. 웃음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도 좋지만, 긍정적으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힘이 된다. 분명 내 주변에 한 명은 꼭 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