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詩)

흩어진 모래알처럼

by 김땡땡

이리로 흘러올지 몰랐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눈이 띄었다


'무엇을 하지?'라는 생각은

희미해져 갔다

흐르고 흘러내린 빗물이

잊으려 쏟아낸 땀방울이

그저 그렇게 여기로 흘러들었다


뙤약볕 사막의 언덕에

한 줌 손에 쥔 모래가 흩날린다


바람이 모래를 잉크 삼아 쓰려함은

셀 수 없었고, 볼 수 없었다

쥘 수 없었으며, 찾을 수 없었다


갈피를 잊은 그대는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해 걷는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음에도


모래알 하나가 나의 하루였으니

하루에 섞은 눈물과 땀방울이 말라버림은

메마른 침묵으로 채워졌다

바람이 쓰려한 외침은 간절했으나

그 메아리는

텅 빈 그릇의 울림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모래는 대답하지 않았고

하늘은 고요의 막으로 귀를 막았다


나는 그저 바람의 입김을 듣고 있었다

소리 아닌 소리로,

텅 빈 공간이 내 안을 비워갔다


사막의 언덕마다

말라붙은 마음이 모래알처럼 굴러다녔다

붙잡히지 않는 생각들,

닿을 수 없는 온기들


그럼에도, 바람은 분다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이

그저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


ps) 멍하니, 방바닥에 누워서 떠오른 생각

여러분 풍족하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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