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텨야 하는 이유.
어둠의 파도
밤은 언제나 나를 무너뜨리는 시간이었어.
낮 동안 억지로 지탱했던 마음이
불 꺼진 방 안에 누우면
조용히 무너져 내리곤 했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삼키고,
나는 그 어둠 속에 끝없이 가라앉는 기분이었어.
숨은 얕아지고, 가슴은 조여들고,
작은 한숨조차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아침이 오지 않아도 좋겠다고,
모든 걸 내려놓아도 괜찮겠다고,
나는 나 자신을 설득하듯 되뇌었어.
그때의 나는 불안정한 촛불 같았어.
금세 꺼져버릴 것 같은 불빛,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존재.
차가운 공기는 그 불빛을 흔들었고,
외로움은 그림자처럼 곁에 붙어
더욱 짙은 어둠으로 나를 감쌌지.
끝내 꺼지지 않은 불빛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나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어.
눈물로 베개를 적신 뒤에도,
뒤척이며 맞이한 새벽 공기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어.
여전히 살아 있었어.
왜일까.
아마도 나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작은 책임, 작별하지 못한 마음,
아직 끝내지 못한 내일의 조각들.
그것들이 내 발목을 붙잡아
끝내 이곳에 남겨 두었겠지.
때로는 그 끈이 굴레처럼 무겁게만 느껴졌지만,
돌아보면 그것 덕분에 나는 살아 있었어.
사라지고 싶던 밤이 나를 꺾을 것 같았지만
결국 남아 있던 나는
초라하면서도, 분명히 빛나고 있었어.
살아 있다는 건,
내가 끝내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야.
어둠 속에서조차 희미하게 타올랐던 불빛,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려 애썼던 몸짓,
그 모든 것이 나의 반짝임이었어.
오늘도 나는 흔들리며 걷는다.
아직도 두렵고, 여전히 작아 보이지만
끝내 남아 있던 나를 기억하며,
사라지고 싶던 밤조차
나를 더 깊게 살아 있게 했음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