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나는 개인검진이 아닌
국가검진 검사실을 맡게 됐다.
국가에서는 일정나이가 되면
별도의 비용없이 필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유독 많은 분들이
일흔을 넘긴 어르신들이다.
개인검진에서는 좀처럼 뵙기 어려운 연령대다.
그 분들에게는
젊은 사람들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특유의 너그러움이 있다.
그리고
훨씬 굳어진 몸이 있다.
나는 그 굳은 몸을 이리저리 밀고 잡아당기며
억지로 자세를 만들곤했다.
그러다보면
나도 그들도 어느새 땀범벅이 된다.
그러고도 그분들은 늘 미안해하신다.
"아이고 미안해요.
내 몸이 내 맘대로 안돼서.."
힘겹게 자세를 잡고 있는 그 분들은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고마워하신다.
기운이 빠져 멍하니 앉아있는 날이면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신다.
"밥 많이 먹어요. 힘들죠?
제대로 못 도와줘서 미안해요~~"
나는 너스레를 떤다.
"아니, 우리 둘다 힘들지 나만 힘든가요~
잘 참아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면 어르신은
나보다 더 진심으로 나를 위로하신다.
"에이~ 나는 한번만 참으면 되지
선생님은 하루종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겠어.
얼마나 힘들겠어.
정말 고생 많아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이분들은
진짜 어른이구나. 싶다.
약한 몸으로 검사를 받는 것,
그건 정말 힘든 일이다.
버티기 어려울정도로 아팠을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남의 하루를 먼저 헤아린다.
남의 고단함을 먼저 걱정한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잊지 않고 건넨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이 일을 한지도 어느덧 20년.
그런데도 나는 아직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마음이었나보다.
이분들의 마음이
이분들의 토닥임이
이리도 따뜻하게 다가오는 걸 보면.
감사해요.
검사실을 나서는 어르신의 양손에
작고 어린 내 마음을 조심스레 쥐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