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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자라는 동안만 잊힌다.

by NINA

언젠가부터 손이 잘 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 드라이버를 돌리거나,

가위질을 한 뒤
그것들을 내려놓고 나면
손바닥이나 손가락 끝,

힘을 주었던 자리에
버얼건 속살이 드러나곤 했다.


"아... 또 까졌네."


슬며시 웃으며 중얼거리다 문득 생각했다.

노화인가.


인간의 몸은 어느 순간부터 성장을 멈춘다.
세포가 새로 태어나는 속도보다
죽어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시기.

쉽게 상하지만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어릴 적, 나는 잘도 뛰어다녔다.
산길을 쌩쌩 달리다 나뭇가지에 얼굴이 스쳐도
“아, 따가워.” 하고는 곧 잊어버렸고,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무릎이 까져도
손등으로 후딱 눈물 닦고,
물로 상처를 씻어내곤 다시 놀러 나갔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내 몸이, 나의 상처를 알아서 지워주었다.


그렇게 자라던 몸의 상처는
언제나 금방 아물었다.


그런데

나이가 마흔을 넘어가고
'노화'라는 단어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늘어가니
아, 멈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며칠 전,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니나가 올해 몇 살이지?”


“저 이제 나이 많아요~ 늙었어요 늙었어ㅎㅎ”


나는 언젠가부터 나이를 세지 않았고
그저 ‘늙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늙었다고 하면, 진짜 그때부터 늙는 거야.

몸이 그 말 듣는다니까?

아직 어리다 해, 어리다!”


나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진짜… 맞는 말이었다.

나는 내 몸을, 내 마음을
내 말로 멈춰 세우고 있었구나.


어린아이는
말랑말랑한 몸과 마음으로 쑥쑥 자란다.
성인은
굳어진 몸과 마음으로 조금씩 작아진다.


내 몸의 세포는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 마음만큼은 멈추지 않게 할 수 있잖아.


자라는 몸의 상처는 금방 아물고,
다 자란 몸의 상처는 쉽게 흉이 지는 것처럼,

내 마음도 계속 자라게 할 수 있다면
말랑말랑하고 예쁘게 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
큰 선물을 받은 존재 같다.

늙지 않는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니.
그런 능력이 내게 있었다니.


좋아.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실력발휘 하면서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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