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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짐으로 찾아오는 행복에 대해

더 이상 미루지 말자

by 보보
풍요로운 가을

‘행복에 대한 지구 반대편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추천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들어가 보니 유튜버 밀라논나님의 채널이었다. 이번 영상은 이탈리아 밀라노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10초씩 앞당기기를 하며 빠르게 훑었다. 그러던 중 한 인터뷰이의 대답에 멈춰 섰다.


질문은 이러했다, 최근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화면 속의 남자가 말한다.


“최근에 제가 아빠가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 소식은 저를 행복하게 만든 것을 넘어 현실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줬어요. 이 세상은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걸 미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대답에 머릿속에 전구가 탁! 켜지는 것만 같았다. 최근 나의 주변에 출산을 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대단하다’였다. 그러니까 그건, 내 자식이긴 하나 본인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책임질 각오를 했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감정의 너울을 지나온 혹은 앞으로도 겪을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감내하기를 결심한 것이다. 양육자가 된 이상 앞으로는 계속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원하든 원치 않든 갖춰나가야 한다.


남자의 말마따나 더 이상 변명할 여지없이 변해야만 한다. 나만 생각하면 되던 시절은 끝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행복을 기쁘게 받아들였다는 그는 이미 충분히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헬렌켈러가 말한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가 이런 게 아닐까? 애벌레가 4번의 허물을 벗고 5령의 고치를 틀고서야 나비로 우화 하듯 이전에 누리던 행복보다 어쩌면 더 크고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믿고 변화를 택하며 문을 연다.


변명할 수 없이 성숙해져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책임져야 할 것이 생기는 순간이 아닐까? 간단하게는 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이 아닌 스스로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에서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결혼을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누군가의 죽음, 피할 수 없는 질병 같은 것들 말이다.


멀리서 보면 너무 부담스러운데 막상 닥쳐 겪고 나면 업그레이드된 것 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성숙해질수록 행복의 질도 높아진다. 추상적이지만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어릴 때 모르던 부모의 사랑을 나이가 들어서야 그 깊이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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