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우리에겐 언어로
싹둑 잘려 있긴 했지만,
오솔길 옆
한 그루 매화나무에겐
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끊어지지 않는 시간들로
흐르고 있었다
사계절의 양 끝에 놓인 단어가
서로 이어져 흐르는 동안,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
단단한 가지 속에서
숨 쉬던 하얀 꽃잎이
자기의 때에 드디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언어가 아닌
여기저기서 생명이
꿈틀대는 모습으로,
활자의 봄이 비로소
진짜 봄이 되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
살갗에 닿는 찬 기운과
불어오던 따뜻한 바람 어디쯤에서,
언어로 가둬진
겨울과 봄의 시간들은
누군가 불러주는 이름과
상관없이 그저 온몸으로
봄을 가득가득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