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작노트 16화

양말을 생각하던 밤

by 시숨

그날

달 밝은 시골의 밤

잠을 자려다

나무 밑에 두고 온 책이 생각나

낡은 운동화에 맨발을 우겨넣고

풀섶을 밟았지

낡은 가죽이 뒷꿈치를 잡아 끌더니

돌아올 때 결국

따끔한 상처 하나 남았네


잠자리에 누워 떠오르는

양말 한 켤레

눈이 있었다면 내 발 쪽을

향했을까

마음이 있었다면

발의 굳은살 연민했을까

팔이 있었다면

온 발을 꼭 껴안고 있었을까


아무것도 아닌

한 켤레가 그동안

나 몰래 주었을

짝사랑 같은 감정 하나가

웬걸, 잠을 뒤척이게 하는 밤


쓰린 발뒤꿈치와 함께

우습게도 양말을

깊이 생각하며 자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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