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빚쟁이가 없다. 들들들 볶기 시작한다. "오늘 '파자마파티'해도 돼요?" 저렇게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지 싶다.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한 뒤로 달만 바뀌면 목을 조른다. 방학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인데 2박 3일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방학도 아니잖아. 지지난주에 했으니 2주일 만이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돌아서는 데 전화가 온다. 반가운 전화일리가 없다. 요 며칠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정형외과에 데리고 갔었는데, 엑스레이결과 아무 이상 없으니 온 김에 물리치료받고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 아프다고 하면서 오후에는 운동을 간다. 운동을 좀 쉬자 해도 말을 안 듣는다.
다리가 아파서 집으로 오고 있다는 전화다. 담임선생님께는 아이엄마가 문자를 넣었다. " 우리 반에서 인사를 제일 예쁘게 하는 리나를 못 봐서 아쉽지만 잘 쉬고 다음 주 보자"는 답이 왔다. 그걸 보더니 눈이 촉촉해져서 우리 선생님 너무 좋다고 난리다.
병원을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운동을 뭐 하냐고 묻는다. 배드민턴, 농구, 줄넘기, 태권도, 방송댄스. 아이의 대답에 "많이도 하네" 웃으신다. "알약을 먹을 수 있어요? "네" "그럼 알약처방하고, 운동을 며칠 쉬고 그동안 부목을 할 수 있겠어요?" "네" 알약이 진통제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약처방은 받지 않고 바지 위로 부목만 하고 나왔다.
엘베에서 마주친 모르는 위층 아주머니께서 " 인사 잘하는 예쁜이가 다리 다쳤냐"며 걱정을 해주신다. 아이가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하는 인사는 누구든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집에 오자 내 폰을 빼앗아 누워서 '트롤월드'를 본다. 좀 있다 화장실에서 부른다. "할머니 똥 닦아주세요" 다리부목 때문에 굽히기 힘들단다.
2년 전 5월
2년 전 5월에 발을 겹질려 부목을 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마스크를 낀 사진에도 부목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스승의 날이 그 중간에 끼어있었던 것 같다. 같은 쪽 다리가 아니라 다행이다.
기어이 오늘 '파자마파티'를 하고 싶다고 떼를 쓴다. 친구랑 놀다가 같이 먹고, 씻고, 같이 자고 싶다는 것이다. "너 다리 아파서 결석하고 부목을 했는데 지금 '파자마'타령할 때 냐"고 화를 냈다. 강한 거절에 아이는 화를 내다가 삐졌다가 운다. 한참을 조용해서 보니 울다가 자고 있다. 잠 깨는 소리가 나더니 와서 품에 안긴다. 아이가 급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갈등이 생길 때면 두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더 강하다.
아이의 모든 공격은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옳고 그른 것은 평화로울 때 다시 말해도 늦지 않다. 옳고 그른 것이 있나 싶기도 하다. 아이가 친구랑 놀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는 친구와 '파자마'를 하고, 지금도 신나게 놀고 있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싸워서 더 강한 내가 이겨야 하는 걸까? 그래서 아이가 인내와 절제를 배워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