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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09. 2023

정답을 베낀 아이  

약수배수 어렵지.

아이가 수학숙제를 하고 틀린 답을 답지를 보고 베껴 썼다. 뻔히 눈에 보이는 데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화를 낸다. 어제 아이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번 학교장기자랑에 둘이 노래를 하자고 제안했고 아이는 좋다고 했다. 신이 난 아이는 밤에 노래의 가사를 인쇄해서 친구에게 갖다주고 내일 연습을 하기로 한 거다. 아침에 아이친구가 전화 와서 친구집에서 노래연습을 하자고 했다. 아이는 바로 튀어나갈 기세였는데  친구가  하던 숙제를 다하고 만나자고 했다.


아이에게 '그럼 너도 일기 미리 쓰고 수학숙제하라'라고 했다. 5학년 1학기 2단원 약수배수문제다.  개념도 알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제를 만나니 몇 문제 틀렸다. 틀린 문제에 별표를 쳐놓고 다시 하라고 했다. 하기 싫다고 화를 낸다. 그럼 조금 쉬다고 하라고 했다. 문을 꽝 닫더니 조금 있다 나와서 다 했다고 한다. '정답을 베끼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내 말에 아이가 자기는 '절대 베껴 쓰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 것이다.


약수와 배수는 계산을 해야 답이 나오는 문제다. 네가 틀린 것을 금방 다 고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방문을 잠그고 하는 것도 평소와 다르다. '베껴 썼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고 강하게 말해주었다. 아니라고 눈물바람을 하던 아이는 내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아이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땐 서로 조금 시간을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원칙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큰 틀은 가지고 있다.


자신이 많이 놀고 즐겁게 산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원하는 것을 대개는 허용한다. 아이도 안다.  '나는 럭키'라고 스스로 말을 한다. 아이에게 허용하는 테두리가 크고 넓은 대신 그 높이는 높고 견고하다.


"할머니가 너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 평소에도 한 번씩 물어본다. "아니 할머니는 한 번도 거짓말을 안 했어" 아이가 대답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므로 한 번의 실수도 앞으로 아이의 인생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진실함은 도덕성과 가장 밀접한 성품으로 도덕성개발의 골든타임은 언제나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작은 거짓말을 허용한다면 아이는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한참뒤 아이가 나와서 안기며 용서를 구한다. "잘못했어요. 너무 하기가 싫어서 답지를 베꼈어요. " 꼭 안아주면서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공감해 준다. 다시는 정답을  베끼는 일은 안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결국 아이의 친구는 수학문제가 많이 틀려서 오늘은 못 놀겠다고 했다. 눈치 없는 아이는 전화를 또 해본다. '아직 다 안 했냐'고. 친구는 마라탕집이라고 한다. 아직 오후 네시다. 잠들기까지 무슨 일이 또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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