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Mar 31. 2023

위경련

위통이 온다. 위통보다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땀이다. 머리밑부터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한다. 통증에는 왜 동사가 붙을까. 온다, 간다, 시작된다, 끝난다, 잠잠하다, 물밀듯 밀려온다, 쓰나미처럼 덮친다, 몸부림친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 건 동사가 아닌가.


위경련은 비틀고 쥐어짠다는 말이 적절한 통증이다.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온 신경과 감각이 위에만 집중되어 비틀어 쥐어짜는 것을 느낀다.  시작은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이었다. 갑자기 위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면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시작되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이 아픔이 무엇을 예고하는 것인지 몰라서 두려웠다. 딸과 사위는 출근했고 집에는 아기와  뿐이었다. 아기를 데리고 움직일 상태가 아니었고  아기부모보다  119가 빠르다는 판단을 하고 전화를 했다. 멀리 '삐뽀삐뽀'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금방 현관벨이 울렸다.  


간이침대에 누운 채 구급차에 실렸다. 아픈 와중에도 내 걱정과 눈은 아기에게 가있었다. 집에 혼자 둘 수 없으니 구급차에 태웠다. 누워서 지켜보니 아기의 눈과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 있다. 책에서만 보던 119구급차 소방대원 아저씨들을 눈앞에서 보고 구급차에 타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처럼 두 손은 얌전히 포개어 무릎에 두었다. 몸은 얌전히 했으나 두 눈은 쉴 새 없이 차 안을 살핀다. 살 인생은 할머니가 아픈 것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119 구급대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끝까지 친절한 태도로 응급실 담당께  아기와 나를  인계하시고 가셨다. 몇 번 겪어보니 위경련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다만 그 짧은 시간의 고통이 참고만 있기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받을 때쯤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일 년에 한두 번 위경련이 왔다.  요 근래 부쩍 빈도가 잦아진 위통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종합검진에서도 별다른 소견이 없다. 위통이 있은 날을 복기해 보면 특별히 먹는 게 달라진 것도 없고 달리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없다. 커피를 안 마셔 보기도 하고 짜고 매운 건 원래 안 먹지만 더 조심했다.  밀가루음식과 빵을 안 먹은 날도 아픈 날이 있다.


평소 체기가 있거나 첨가제가 든 바깥음식을 먹었을 때 먹는 약이 있다. 약이라기에는 성분이 매실청등인데 어지간한 위 트러블은 신기하게 낫는 생약이 위경련에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응급실 가서 진정제를 맞는 것보다는 진통제를 먹기로 했다. 먹고 나면 서서히 아픔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그 약이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옥시에서 나온 약이라고 한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도 없이 오랫동안 뻔뻔하게 대처한 회사다. 망하지도 않고 건재하다니 제약회사의 거대한 자본력이 놀랍고 분하다. 많은 피해자가 어린 아기들이라 처절하게 울부짖던 아기엄마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어떤 위로도 그 마음에 닿지 못하겠지만 꼭 다른 천사가 찾아가 품에 안겨 상처와 아픔을 덜어주기를 기도한다.  


요 며칠 매일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었다. 괜찮다. 그렇다면 조심할 때가 온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단장의 고모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