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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r 26. 2023

독서를 하면 국어성적이 오를까?

독서 vs 교과서, 문제집

심심한 사과 : 지루한 사과

사흘 : 4일

고지식 : 높은 지식

금일 : 금요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실질문맹률이 75%다. 4명 중 3명이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문해력 논란은 MZ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번졌던 '심심한 사과'나, 어떻게 '사흘'을 '모를 수 있냐'는 질책과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항변에 여러 날 인터넷이 후끈거리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초등, 국어 사교육비가 크게 올라가 전체적인 증가세를 만들었다는 교육부와 통계청의 집계다.  2024년부터 교육부는 기초문해력강화를 위한  초등 1, 2학년의 국어 시간을 34시간 더 늘리기로 했다. 국어는 물론이고 수학문장제 문제, 영어지문, 언어로 된 모든 글에는 언어이해력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에 의해 더 빠르게 문해력시장이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교육비가 올라간 것에 대한 나름의 이해다.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후 수학관계자는 수학변별력을 키워야 된다고 하고, 국어선생님은 국어가 당락을 가른다고 한다. 교육유튜버들의 포지션도 나뉜다. 입시에 대응하기 위해 문해력을 길러야 하는데 '문해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독서다.'라는 주장과 '성적에 독서는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없다.'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맞선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교과서도 열심히, 완자까지 풀면 퍼펙트라는 말이다. 현실은 어떤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지만 미디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다. 경쟁자는 자체 진화하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점점 힘이 든다.  공부는?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수업시간이 늘어나 '놀' 시간이 줄었는데 거기에 공부를 더 보태려니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내 아이를 오직 사랑 안에서만 길을 잃게 하겠다'는 굳세었던 의지는 학업과 만나면 맥없이 스러지고 반짝임을 잃는다. 아이와 대치하는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뇌과학에서 십 대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 문해력도 지식도 아닌 쉴 시간과 공간이라고 한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은,  아이가 기댈 수 있게 안정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성장기에 접어들어 발달과 발전 중인 아이는 외부적으로 불안해 보인다. 전두엽에서는 쉴 새 없이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시각, 청각, 운동중추 전두엽 전반에 걸쳐  자주 쓰는 신경망은 남기고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시냅스는 제거한다. 사회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고 통제력도 몹씨 부족해 보인다. 반면 에너지는 높아 소비할 곳이 필요하다. 이때 운동만 해서는 안된다. 문화, 예술. 체육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야 몸과 정신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인지기능, 사회성이 전두엽과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전두엽의 기본기능이 완성되는 청소년시기 와 학업이 맞물려 고통받는 청소년을 위해 부모는 쉴 시간과 쉴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 예술, 체육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을 신뢰하고, 격대육아를 하고 있는 내게도 해당하는 말이라 깊이 새긴다.


나는 아이를 놀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연회원권을 끊어 놀이공원에 다녔다. 집 근처 공원에서 뒹굴고 놀다 지쳐 자는 아이를 업고 집에 오는 일도 많았다.  오만 체험은 다 시켰다. 다만, 독서 에는 욕심을 내었다.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도서관에 놀러 다녔다. 아이가 즐거우라고 친구를 수소문해서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마침내 아이가 도서관을 싫어하게 되었다.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초등 입학 전 그림일기를 시켰다. 아이가 말을 하면 내가 쓰는 날도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일기 쓰기를 시켰다. 2년을 꼬박 썼는데 3년째 안 쓰겠다고 '절필선언'했다. "다른 친구들은 아무도 안 쓰는 일기를 나만 매일 쓰는 게 분하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학교숙제인 일주일에 한 번 일기 쓰는 것도 싫어했다. 그 경험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독서의 완성은 글쓰기라는 데' 고민이 되었지만,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찾아 갖다 바치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안 읽는 책은 말없이 치우고 정말 재미있는 다른 책을 가져왔다.


하브루타독서토론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아이가 지켜보았다. 줌수업이라 가능했다. 무릎에 앉아 같이 참여하기도 했다. 하브루타 수업은 '책을 읽고 질문 만들기'가 주된 공부다. 수업 중 다급한 표정으로 "질문 하나만!" 부탁하면 아이가 흔쾌히 만들어 주었다. 고학년이 되니 책 보다 일상의 대화로 수시로 하브루타 하는 것이 더 좋았다.


은경샘 초등 글쓰기 클래스가 열렸다. 아이 앞에서  은경샘 유튜브를 열심히 보았다. 은경샘 얼굴과 목소리를 들려주고, 너무 재미있다고 감탄을 했다. 며칠이 지났다. 놀랍다는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은경샘이 초등 글쓰기 줌수업 하신대" 아이의 표정이 괜찮았다. "너도 한번 해볼래?" "응"  뒷일은 은경샘께 맡겼다.  아이는 작년 1년을 한 달에 한 번씩 은경샘과 즐겁게 줌글쓰기를 했다. 12월을 마지막 수업으로 글쓰기수업이 없어졌다.


아이가 목요일마다 줌, 글쓰기수업을 한다.  다 쓰면 인사도 없이 먼저 나오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쓴 원고지를 차곡차곡 모아두었는데  진정한 개의발새의발이다. 한 번도 지적을 안 했다. "우와 다 썼네" "벌써? 멋지다!" 적당한 리액션만 날렸다.


토요일아침, 여늬 주말처럼 침대에 같이 누워 아이는 폰으로 '스트릿맨파이터'를 보고 나는 책을 읽는다.  "아 너무 어려워" 하며 아이에게 책을 내미니, "어디 어디" 몇 줄 읽어보더니 "재미있구먼" 한다.   

기다리던 때가 왔다!


"나는 어려운데, 우리리나는 독해력과 학습력이 좋아서 그런 거야~ 근데 솔직히 목요일 글쓰기는 개판 5분 전인 거 인정?"  "응 인정!"  "그럼 이번 목요일에는 작가처럼 써보는 건 어때?" " 알았어 이번에는 작가처럼 잘 써볼게"  그동안 그 꼴을 견딘 나를 칭찬한다.


이틀 전, 아이 학교에서 독서노트를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앞페이지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학부모님! 자녀의 독서 습관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자녀가 일 년 동안 책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사랑의 편지를 써주세요]

아이 학교에서 회신을 요구하는 문서는 부모에게 적도록 하는 내 나름 원칙이 있다. 아이는 당장 내일 가져가야 하니까 할머니가 빨리 적어달라고 졸랐다. 10시에 아이를 재우고 누웠는데 잠들 때까지 부모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독서노트부터 찾는다. 사위는 출근했고 딸은 곤히 자고 있다. 원칙을 깨고 급히 적어서 보냈다.


나의 리나에게
나는 항상 꿈꾼단다. 독서의자에 앉아 책을 들고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로 책에 빠져든 너를, 꿈은 이루어지는 거니까. 정말 매일 책을 사랑하는 너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우리는 같은 책을 읽고, 책내용에 대해 서로 느낀 것을 대화로 나누고 미처 몰랐던 것을 깨닫기도 하지. 아주 두꺼운 벽돌책을 깨는 너를 보고 놀랍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평범한 일이 되었네. 우리의 보석, 선물. 당당하고 단단한 리나야♡ 오늘은 또 어떤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두근두근. 사랑해 , 고마워, 축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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