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접시가 이어준 인연

“커피 향 사이로 스며든 사람의 온기, 그 마음이 내 하루를 따뜻하게 .

by 강민주


우리 집 옆에는 조용한 카페 골목이 있어요.
커피 향이 골목을 따라 퍼지고, 유리창 너머로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작은 카페가 보이죠.
저는 원래 단골집을 정해두고 다니는 편이 아닌데, 그곳만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자꾸 머물게 되었어요.

처음엔 와플 맛이 좋아서였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한입 베어물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와플보다 제 눈길을 끈 건 와플을 담아낸 접시였어요.
검은색의 투박한 질감, 가장자리가 살짝 깨져 있는 모양,
새것보다 오래된 그 느낌이 참 정겹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느 날 조심스럽게 여쭈었죠. “이 접시를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새로 살 수도 있었지만, 그 접시에는 시간이, 손길이,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가 묻어 있었거든요.

그렇게 빌려온 접시 위에 저는
별 모양 치즈와 당근, 밥알로 밤하늘과 새들을 표현했어요.
치즈는 별이 되고, 밥알은 잔잔한 파도가 되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놀이하듯 만든 푸놀치(푸드+놀이+치유) 시간이었죠.
손끝에서 음식이 예술로 변할 때, 내 마음도 고요하게 물들었어요.

며칠 후 접시를 돌려드리러 갔을 때, 주인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그냥 가지세요. 손님 마음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 그곳은 제게 ‘단골 카페’가 되었어요.
커피 향 가득한 오후, 와플이 구워지는 소리, 그리고 늘 따뜻하게 인사해주는 부부의 미소가
제 하루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죠.

이제는 저뿐만 아니라 손녀딸들도 이곳의 와플을 즐겨 먹어요. “할머니, 또 그 카페 가요!” 하며 손을 잡고 들어서는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번집니다.
지인들이 저를 만나러 올 때도 꼭 그곳으로 안내하죠. “거기 와플 진짜 맛있어요. 분위기도 참 좋아요.”

작은 접시 하나가 시작한 인연이 이제는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었어요.
오늘도 그 접시 위에 와플을 올리고,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생각합니다.

‘정성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닿는다.’ ☕�


KakaoTalk_20250405_164758380_12.jpg 별이 뜬 밤, 우리 둘


〈별이 뜬 밤, 우리 둘〉

검은 접시 위로 노란 별들이 반짝입니다. 별은 별사탕이 아니라, 작은 치즈 조각이에요.
치즈를 별 모양 틀로 찍어내며, 나만의 밤하늘을 그렸습니다.
위쪽의 둥근 당근은 오늘의 해, 아래쪽의 두 마리 새는 나와 손녀딸을 닮았어요.

밥알로 표현한 흰 파도 위에서 두 새가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듯 서 있습니다.
날개는 아직 작지만, 마음만은 이미 하늘 위를 향하고 있지요.

푸드표현예술치료를 하다 보면 재료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치즈는 별이 되고, 밥알은 파도가 되고, 그 위에 내 마음이 살며시 올라앉습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괜찮아, 네 안에도 빛이 있어.” 그렇게 말해준 한 접시의 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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