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작은 시한폭탄과 함께 살아온 시간
오늘 아침, 갑자기 쌀쌀해진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문득 10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2015년, 이유 모를 두통과 미열이 자주 찾아왔다. 처음엔 ‘갱년기일까?’ 싶어 산부인과를 찾았다.
하지만 의사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웃어 넘겼다. 그런데도 몸은 계속해서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그 한마디가 위로가 되어야 했는데, 오히려 마음 한켠이 더 불안해졌다.
‘그럼 이제 뇌만 남았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신경과 예약을 했다.
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수면 중 무호흡이나 수면의 질 문제일 수도 있어요. 굳이 MRI를 찍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찍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고집을 부렸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머리에 꽈리가 있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건 증상이 없는데, 어떻게 병원에 오셨죠? 너무 예민한 건 아닌가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의사는 덧붙였다. “이 예민함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강남이나 신촌, 큰 병원에 한 번 가보세요.”
용인에서 혼자 전철을 타고 강남까지 가는 길, 그 시간은 유난히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두려움과 싸웠다.
하지만 결국 병원 문을 열고 의사를 만났다.
“크기가 크지 않으니 당장은 괜찮아요. 다만 스트레스는 피하세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세요.”
그 말에 숨이 조금 놓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유난히 따뜻해 보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머릿속에 작은 시한폭탄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두려움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느끼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오늘 아침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라는 시간, 참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그 사이 나는 많이 두려워했고, 또 많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삶은 언제나 불안과 평안이 나란히 걷는 길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