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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Oct 19. 2024

어느 쓰레기의 유언

나는 네 놈들이 싫다. 도저히 내 자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준 공납금으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심지어 대학 등록금까지 대 줬는데, 도대체 감사라는 것을 모른다. 니들 생모와 결별할 때 분명히 약속했었다. 교육은 내가 책임지고 양육은 생모가 책임 지기로. 나는 약속을 지켰다. 그럼에도 학교 듣기 평가에 필요하다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 달라고 하질 않나, 참고서 값을 달라고 하질 않나, 수학여행 비를 달라고 하지를 않나, 작은 아들은 대학을 지 맘대로 의대를 가더니 그 비싼 원서 책값까지 나한테 달라고 한다. 큰 아들은 뭐 피아노를 시키겠다고 나보고 피아노 교습비를 달라고 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교육비라 함은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나오는 학비를 뜻하는 것 아닌가? 그 외는 양육을 책임지기로 한 생모가 담당해야 하거늘, 그 모든 것을 나한테 달라고 한다. 물론 나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양육비는 이미 합의된 것이기에 나는 줄 의무가 없다. 그렇다고 나를 나쁜 아버지 취급을 한다. 배응망덕한 놈들. 내가 아무리 육군 소장까지 지낸 장군 출신이라고 무슨 재벌인줄 아는지. 나도 겨우 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생모는 무슨 공공근로인지 뭔지 한다고 길에서 껌때는 일까지 한다고 아버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그러는데, 내가 그런 일 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단 말인가?

언제는 집이 오래 됐다고 집 수리를 해야 한다며 작은 아들이 찾아와 날더러 집수리 비를 달라고 했다. 미친놈. 지 애미 먹고 자고 할 집 수리비를 내가 왜 주나?


그래, 나는 너희들이 어릴때 니들 애미와 헤어졌다. 니들도 크면 이해를 할 것이다. 남자가 한 여자만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난 너희들을 원했다. 아들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니들 생모를 통해서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그래 나 바람 폈다. 그건 어른 들의 문제이다. 니들은 내 아들이니 아들의 도리를 해야 한다. 좀 부끄러운 일이 있다면 어느 여대생을 양녀로 입적시켜 놓고 집에 데려다 놓은 일이다. 그래, 니들 애미가 있는 집에서 그 여자와도 잤다. 그게 비난 받을 일이라 해도 니들한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니들은 내 자식들이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해라.


내가 교육을 목적으로 애비한테 무슨 할 말이 있거나 청구할 것이 있으면 손편지를 쓰라 했다. 그랬더니 니들은 니들 생모가 대신 써 주는  편지를 그대로 배껴 보냈다.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어투나 문체 같은 것을 보면 다 안다. 어떻게 애비하네 그럴 수가 있느냐? 나도 아들한테 편지가 받고 싶었다. 그래서 편지를 쓰라고 한게 뭐 그리 나쁜 짓이라고 나를 비난 하느냐? 니들은 편지를 통해서 이것 저것 사달라는 얘기와 돈 달라는 얘기밖에 하지 않지 않았느나? 못된 것들. 이 애비의 건강이나 안부를 물을 생각은 없더냐? 내가 그렇게 나쁜 애비냐?


저번에는 작은 아들이 무슨 수학 참고서를 열권이나 사달라고 그래서 참고서 값을 주지 않고 내가 직접 책을 사러 보내줬다. 그리고 너의 수학 선생에게 그렇게 많은 참고서가 필요한지 물어봤다. 물론, 그래서 너는 수학을 항상 백점을 받았다고 하지만, 누가 너더러 그렇게 많은 책을 보라고 했더냐? 한권을 갖고 풀고 또 풀고 하는 것이 공부이니라. 너같은 애는 처음 본다. 그래서 간 의대는 하나도 반갑지 않다. 의대 학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알고 갔느냐? 너는 등록금 고지서만 나한테 보내면 끝이냐? 나는 가급적 너한테 필요한 것을 너와 같이 상의해서 내가 직접 해주고 싶었다. 이 애비의 작은 소망을 그렇게 짖밟다니, 너같은 건 자식도 아니다.


큰 애는, 뭐? 영국에 어학연수를 가? 대학원을 가? 누구 맘대로? 그 비용을 나더러 달라고? 이 못된 놈아. 애비는 무슨 현금 인출기인줄 아느냐? 내 아무리 서울 종로구 중심가의 부자 동네에 2층집에 살고 있어도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넌 그 비용 충당하느라 빚을 졌다고 하더라마는 그것도 내 탓이냐?


이것들아, 돈으로 쳐바른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니라. 가난하고 힘든 중에도 그것을 이겨내며 어렵게 이룬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애비는 그런 교훈을 니들에게 가르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애비는 췌장암에 걸렸다. 이미 말기라고 한다. 재산은 이미 지금 같이 사는 여자에게 다 돌려 놨으니 나 죽고 이 여자에게 유산 내 놓으라고 달라들지마 말거라. 이 못된 놈들.  


나는 니들을 낳은 것을 후회한다. 자식이라고 있는 것들이 애비에게 다가오고 애비를 사랑할 생각은 안하고 뭐든 달라고만 했던 이 못된 것들. 니들은 이 세상에 나오니 말았어야 했다. 내 마지막 가는 길에 모든 저주를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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