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건물들,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빌딩 숲, 시멘트 먼지가 날리는 도시 한 가운데를 걷는다. 코트 깃으로 코를 막고 한참을 걷는데, 저쪽에서 그들이 온다. 모랫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짚 갱단의 무리들, 내 옆을 지나간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다. 나도 한때 저 무리들 중 하나였다. 처음 나 혼자 독립할때 약간의 갈등이 었으나, 서로 다치게 하지 않고 공존하기로 합의했다. 그들이 지나가고, 얼마 즈음 지났을까? 쿠아루 몇마리가 보인다. 쿠아루는, 인간이 만든, 방사능이 만들어낸 기형 파충류로 껍테기는 파충류인데 껍질을 벗기면 육질은 포유류인 아주 특이한 종이다. 껍질이며 고기며, 쓸모가 상당한 놈들이다. 철컥, 탕, 탕. 두 마리 잡았다. 이걸로 몇일은 또 버틸 수 있다. 질질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쿠아루 두 마리를 던져 놓고 또 도시를 걷는다. 난 왜 아직 생존해 있는 걸까? 그날, 핵 무장한 모든 나라의 수장들이 한꺼번에 미쳐서 갖고 있는 핵탄두를 모두 날려버리던 그날, 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난 그때 탄광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갱도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무너졌다. 난 내 소변과 비스킷 한통으로 한 달을 땅 밑에서 견디다 기어이 햇빛을 보겠다고 기어 올라왔다. 그러나, 그렇게 생존하여 기어 올라온 하늘에 태양은 없었다. 방사능 분진으로 뒤덮인 하늘. 그 하늘 아래에서 오늘까지 또 생존하고 있다. 다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한 사람들이 또 다른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의 부작용을 경험한 인류는 이후 최대한 남에게 관여하지 않고 자기힘으로 자기만 살아 남는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각자도생, 그건 무언의 합의로 과거 헌법의 지위를 차지하는 슬로건이 되었다. 아무도 아무를 간섭하지 않는다. 설령 옆에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보더라도, 그건 그 둘의 문제,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각자도생의 슬로건에 무언으로 합의한 인류는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각자도생으로 생존하고 있다. 난 이후 어느 갱단의 일원이 되었다가 그 또한 다른 종류의 지배를 낳는 것을 보고 나왔다. 나오는 것도 자유, 큰 무리 없이 나올 수 있었고, 이후 난 계속 혼자 살아오고 있다. 과거 우리를 지배하던 정치권력을 갖고 있던 자들, 경제권력을 쥐고 있던 자들은, 지금은 우리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개채들일 뿐이다. 자기들 끼리는 무슨 서열이나 지배채계를 갖추고 살아가는 것 같긴 하더라마는, 다수의 민중을 지배하는 것은 포기한 듯 하다. 무기고가 털렸기 때문이다. 각자가 스스로 무장하고 일어서자 그들은 더 이상의 지배를 포기하고, 각자 가진 것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되었다. 요즘도 한번씩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 좀도둑질을 해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 또한 그들의 일일 뿐이다.
난 오늘 잡은 쿠아루 두마리를 끌고 내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구조만 남은 빌딩의 일층 어딘가에 대충 자리 잡았는데, 필요한 가재도구를 하나 둘 갖다 놓다 보니 재법 사람사는 집 같다. 그 빌딩에 사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다. 그냥, 내가 다 내 쫓았다. 널린게 빌딩인데, 뭘 조그만 빌딩 하나에 두세 사람이 살려고 하나? 한 두 놈 죽이고 나니 나머지는 알아서들 나갔다. 지구 종말의 날 이후 좋아진 점 하나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던 나였는데 이제 빌딩 하나가 내 집이 되었다는 것이다. 먼저, 쿠아루 부터 손질한다. 가죽은 가죽대로 말리고, 고기는 썰어서 소금에 절여 놓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어제 아침에 먹다 남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갱들을 통해 구한 와인을 한잔 하고,,, 잠들었다. 난 대체로 만족한다. 핵탄두를 날려버린 그들에게 고맙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기는 했지만, 내 개인의 삶의 질은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이렇게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은 오히려 이전보다 인간의 본질에 한 걸은 다가가게 된 듯하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근력의 힘 하나 믿고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키며 되는대로 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내일은,,, 잠에서 깨는 시간이 하루의 시작이다.
아침에 눈을 떴다. 아침이라고 태양이 하늘을 밝혀주지 않는다. 핵분진으로 하늘은 언제나 우중충하다. 또 총 한자루 코트 자락에 쑤셔 넣고 길을 나선다. 나서는 목적은, 그냥 건질만한 걸 건지기 위해서다. 어제는 쿠아루 두마리 밖에 못건졌는데, 이래서는 안된다. 왠지 점점 자원들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뭐라고 쓸만한 것들을 줏어와야지. 하다하다 안되면, 다시 갱들이랑 가진 자들의 영역에 쳐들어가 도둑질을 해 올 수 밖에. 어차피 그들이 가진 것들, 다 우리들의 세금과 우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쌓아 둔 것들 아닌가?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안그래도 오늘 저녁 현 보스-예전의 내 친구-와 만나 그 일을 의논할 계획이다. 언제 한번 전쟁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시멘트 먼지 날리는 거리를 오늘도 걷는다. 오늘은 예전에 대형 할인마트를 하던 곳에 가볼 참이다. 털릴만한 건 다 털린지 오래지만, 혹시나 해서 한번 가볼려고. 케이마트 건물에 들어갔다. 물품 진열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지하로 가본다. 물품 보관창고가 아직 털리지 않은 걸로 안다. 거기가 어딘지를 찾아야 한다. 플래쉬를 키고 여기 저기를 살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너진 기둥들 사이사이를 뚫고 여기 저기를 뒤져봤다. 없다. 도대체 물품 보관소가 이렇게 찾기 어려워서 어떻게 장사를 했단 말인가? 그런데, 갑자기 땅이 및으로 푹 꺼진 곳을 발견했고 그리고 따라 내려가 봤다. 아! 물품 저장소가 원래 지하 1층에 있다가 땅꺼짐과 함께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찾았다. 얏호~ 자가 발전기가 아직 돌아가는지 야채들이 아직 냉장보관이다. 그외 음료수들이랑 치즈 등 유제품, 통조림이랑 가공식품들, 과자들,,, 천국이구나. 최대한 실어나를 수 있는 만큼 쇼핑카트에 싫어 끌고 나왔다. 보관상태 좋게 자원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찾았으니, 이제 매일 어디로 갈지 당분간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간만에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을 했다. 캬~ 이게 사는 거지. 좋다. 좋아. 보스와의 약속은 다음으로 미뤘다. 먹을게 널렸는데 무슨 전쟁. 한가지 주의할 점은 내가 드나드는 걸 들켜서는 안된다. 저건 내가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다 내 꺼다. 통조림 하나도 뺏길 수 없다.
오늘은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으로 깇이 잠들었다.
오늘도 케이마트로 간다. 무엇보다도 사방에 시선이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최대한 몸을 포복하듯이 웅크리고 어디서 누가 날 보는지 잔뜩 경계하며 들어갔다. 그리고 물품 보관소에 갔는데,,, 벌써 털렸다. 여긴 비밀이 없다. 누가 어딜 뚫으면 여지없이 다 털린다. 아 안되. 이미 난장판으로 털린 흔적에 남은건 별로 없다. 젠장. 여기선 더 이상 건질 게 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쿠아루 한마리나 잡아서 왔다. 싱싱한 쿠아루에 와인한잔 따서 마시고,,, 그냥,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잠이나 자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방법이 없다. 어마어마한 자원을 갖고 있는 그들의 영역으로 쳐들어가는 수밖에. 그걸 보스와 상의하기로 하고 저녁에 갱 영역으로 갔다. 다들 아는 사이라 눈 인사 정도 하고 무사 통과하여 보스의 방까지 갔다. 보스와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위스키 한잔씩 앞에 놓고 앉았다. ‘자 이제 여기서 더 먹고 살긴 어렵고,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려면 전쟁을 하는 수 밖에 없어.’‘그렇긴 한데,,, 전쟁을 하려면 사람을 모으고 훈련을 하고 지휘 명령 체계를 갖추고 뭐 그딴 걸 해야 하는데, 이게 각자도생이란 우리의 암묵적 약속에 위배되는 건 아닐까? 전쟁을 하려고 하다가 우리도 저들처럼 되어 버리는 수가 있단 말이지.’‘음,,, 자네 말은 알겠네만, 방법이 없어. 사람은 자원하는 사람을 받고, 계급은 없애고, 훈련 조교도 계급장 때고,,, 뭐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전쟁이 끝나는 즉시 해산하는 조건으로…’‘음,,, 좀 생각을 해봐야겠어. 아니아니, 일단 자네가 방금 말한 그런 내용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다녀 볼까? 사람들이 얼마나 모이는지도 보고, 그렇게 소문이 나면 그들에게 겁을 주는 효과도 있고 말이야. 혹시 아나? 전쟁한다면 무서워서 자원을 좀 나누워 줄지.’‘저것들이 주는 걸 얻어먹고 끝내자고? 그럴 순 없어. 다 빼앗고 저들은 쫓아 내던지 죽이던지 하는거야. 그게 전쟁 아닌가?’‘아~ 자네 너무 크게 생각하는거 아닌가? 우리 목적은 자원이야, 저들을 쫓아내고 자네가 지배자라도 될 작정인가?’‘뭐?’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직전이다. 갱들중 한명이 끼어든다.‘형님들, 이러지 마시고, 이 결정은 조직원 투표로 정해서 진행하시죠.’‘이 새끼가 어딜 끼어들어?’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보스가 말한다. ‘그럼, 사람을 우선 모아 보는 걸로 하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보자고.‘’그러지. 사람은 자네들이 모아‘ 그러고 나왔다.
전쟁에는 희생이 따른다. 그리고 전쟁의 성과를 분배하는데 질서라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 놓은 그 질서라는 것이 바로 계급적 지배 아닌가? 어려운 문제다. 저들의 계급사회를 깨부수고 각자도생의 세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가 잠깐 계급을 취한다? 그건 자기 모순 아닌가?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서 어제 케이마트에서 가져 온 소주를 들이켰다. 들이키다,,, 잠들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보스를 만났다.‘이렇게 하지, 자네조직이 사람들을 모으면, 나와 자네가 훈련을 맡고, 계급이나 기타 행정적인 일들은 조직이 하는 걸로.’‘아,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자네, 진짜 전쟁 할거지?’‘그러지 뭐’‘후회하지 않을 거지?’‘후회라는 단어가 아직 있는 세상이었던가?’ 갱단 지역을 나와 하루 종일 그들-지배자들-의 영역을 관찰했다. 진입로며, 진입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저들의 대략의 전투력을 파악했다. 그러고 오는 길에 사냥 두어마리 하고,,, 집에 와서 쓰러져 잤다.
다음날, 다시 갱들 영역으로 갔다. 모아 놓은 사람들 보니 하나같이 가관이다. 차라리 갱들만 데리고 전쟁을 하는 편이 낳을 것 같다. 저기 저 일본도 차고 사무라이 머리 하고 십자모양 흉터를 뺨에 그린 저건 대체 뭣하는 놈이며,,,휴~ 다 보냈다. 보내고는,,, 보스와 독대했다. ‘그냥 우리끼리 하지. 당연히 우리끼리 해서 얻은 건 다 우리 거지. 각자도생.’‘그러다 우리 조직이 없어질 수도 있어. 저들은 군대도 있고 경찰도 있단 말이네.’‘그렇다고 어중이 떠중이 많으면 뭐 도움 되나?’‘흠~ 그것도 그렇군. 그래 우리끼리 한다고 치자. 방법은 있나?’‘이제 생각해 봐야지 하하’‘이 새끼야 그래 생각 좀 하고 일루 와‘’알았네, 알았어’
생각을 해 본다지만 뭔 방법이 있나? 피 흘리는 것 밖에. 갱 조직 하나로 저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짓이다.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그들을 뭘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래, 미친짓은 미친척 하고 하는 거지. 마지막에 한명이 남아 그들의 수장을 죽인다 해도 이 전쟁은 이기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꽤 의미있는 일이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지배자의 그늘을 완전히 이 땅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다. 그런 거창한 일은 민중이 총 궐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오늘 모인 사람들 면면을 보니, 그들은 이미 민중이 아니었다. 각자도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들어 심지어 전쟁중 아군에게까지 각자도생할 이들이었다. 후~ 힘든다. 안되겠다. 저들을 바꿔놔야겠다. 모아놓고 연설이라도 해서 그들을 선동이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보스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사람들 좀 다시 모아봐. 내가 어떻게 해볼게.’‘그러지’
사람들이 모였다.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이런 자유와 자주를 누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의 삶의 약속, 바로 각자도생 아닙니까? 그러나 그러는 사이 우리들의 자원은 점점 바닥이 나고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자원의 대부분을 움켜줘고 각자도생의 대의를 저버리고 사는 저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날 이전 우리를 지배하던 계급사회를 공공히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들은 지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될 말 입니까? 저들은 사라져야 합니다. 저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 다시는 계급의 악습이 존재하지 않도록 그들을 박멸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각자도생하는 우리들의 자원이 평등하게 돌아갈 것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 함께 싸웁시다! 함께 저들을 무너뜨립시다!’
대체로 반응이 멀뚱멀뚱하다. 대부분 여기 자원 떨어지면 저기로 가고 그러데 떠돌며 샬아온 사람들이라, 굳이 죽기 전에 무서운 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남은 인원들을 보니, 상태가 한숨밖에 안나온다. 다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야겠어’‘그러게 말이야.피를 보게 생겼군.계획은 있나?‘’갱 하나로 저들을 상대하는데, 계획은 무슨, 그냥 밀고 들어가는거지.‘’그지‘’응‘’그럼, 그날 하도록 해‘’무슨날? 형님 가신날?‘’응“
형님이란, 그날 이후 더 이상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도 아무를 간섭하지 않는 이런 세상의 기틀을 놓으신 선배 형이다. 지금은 죽고 없다.
‘그래, 그럼 그날 보지.’‘그러자구’
돌아오는 길에 코아루 몇마리 잡아 와인 안주를 했다 .막상 칼을 뽑긴 했는데, 아무도 우리가 칼을 뽑았는지 모르는 그런 칼이다.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결해야할 일. 그날 이전 우리를 총칼과 자본으로 억누르던 저들이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한 이 평등사회는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그 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뽑은 칼을 휘두르려면 지금이 적기이다.
그날이다.
‘내가 먼저 길을 뚫고 신호를 하면 자네가 갱들을 데리고 따라 오도록 해.’‘그러지’
진입로 경비의 목을 꺽고 진입로를 넘었다. 진입로를 따라 한참 걸으니 사방에서 총탄이 빗발친다. 아마 자동 방위시스템일 것이다. 중앙 센서만 망가뜨리면 될 것 같다. 저기 숲 가운데 빨간 불빛이 아마도 중앙 세서인 듯 하다. 빗발치는 총탄을 피하며 중앙 센서를 맞췄다. 총알이 더 날라 오지 않는다. 전력을 다해 뛰었다. 그들은 저기 저 중앙타워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저기까지 넘어야 할 방호벽이 세개다. 모든 벽들은 공격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병력이 벽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첫번째 벽이다. 신호를 했다. 갱들이 차량들과 무기들을 싣고 내가 있는 곳 까지 왔다. 모든 벽의 공격 시스템은 벽 위의 병력이 수동으로 제어하는 버튼으로 차단 가능하다. 갱들이 엄호사격을 하는 순간 나와 보스는 벽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병력들을 제거하고 공격시스템을 끈다. 첫번때 벽, 성공했다. 남은 두 벽도 마찬가지 전술을 쓰면 된다. 그렇게 두번째, 세번째 벽까지 진입을 하지 어디선가 방송이 나온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 여기는 그리 허술하지 않다. 당신들이 방호벽을 다 통과해도 여기 중앙타워의 무력은 맞서지 못할 것이다. 여기 충분한 자원이 있고 원한다면 나눠주겠다. 그러니 그만 이 쯤에서 멈추도록 하라.’
갱들과 같이 중앙타워로 갔다. 문을 폭파시켰다. 병력들이 우루루루 쏟아져 나왔다. 전면전이다. 장시간 전투를 했다. 병력들은 그들이 파티를 즐기는 타워 꼭대기까지 꽉 차 있다. 밑에서부터 밀려 내려온다. 죽기를 각오하고 전면전을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한참을 싸우는데, ‘이봐, 이만 가자구, 이러다가 다 죽어’라고 보스가 그런다. ‘어차피 죽으러 온 거 아니었나?’ 전면전을 계속했다. 탄약이 떨어져 간다. 보스에게 말했다.’엄호해‘ 그리고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어쨌든 저기 중앙 타워 맨 위층까지만 가면 된다. 빗발치는 총알들을 맨 위층을 향해 갔다. 그리고 총과 육탄전을 섞어가며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싸우며 한층씩 올라갔다. 뒤를 돌아 보니, 보스가 뒤따른다. ’그래 이거지‘ 피투성이가 된 둘은 경비병들을 하나 둘씩 재끼며 한걸음씩 중앙 홀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있다. 칵테일과 와인과 각종 음료들이 서빙되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 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탕‘ 보스가 하늘을 향해 총을 한방 쐈다. 음악이 끊기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금새 아수라장이 됐다. ’전부 엎드려‘ 내가 소리치자 전부 엉거주춤 엎드린다. ’그놈 어딨어? 그 새끼 어딨어?‘ 난 지금까지 이 모든 체계를 관리하고 지배하는 정점에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방에 총을 쏳아대며 ’그놈 어딨어?‘라고 소리질렀으나 다들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 놈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이 있을 뿐이었고, 그를은 고성능 AI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허탈했다. 우리가 밖에서 그렇게 척박하게 산 것도, 이 들과 분리되어 침략자로 간주된 것도, 지금 우리와 싸우며 그들의 안락함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AI였단 말인가? 홀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양자 컴퓨터, 그것이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것을 쐈다. 보스도 쐈다. 뒤 따라온 갱 단원들도 모든 화력을 그것에 집중했다.
모든 것은 끝났다. 이제 모든 자원은 공평히 널려있다. 각자도생. 뭔가 평등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귀찮다. 그리고, 그 또한 어떤 형태의 지배체계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고,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쿠아루를 잡아 먹고 자원들을 탈취하며 각자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