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관조영실이란 곳이다. 벌써 거기 벽에 내 침대를 붙여 놓고 지들끼리 잡답과 농담따먹기를 한지 30분이 넘었다. 환자에게 기다리는 시간 1분은 1년과 같다. 이제야 때가 왔는지 환자분~ 어쩌구 저쩌구, 지들 농담따먹기 하던 톤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톤으로 검사에 대해 설명한다. 알아 들었으면 꿈뻑하라길래 꿈뻑해 줬다. 눈에서 침이라도 뱉을 수 있다면 침이라도 배어주고 싶었다. 뭔가 주사를 한다. 금새 의식이 흐려진다. 꿈을 꾼다. 꿈의 장소도 혈관조영실이다. 단 벽면이 동굴의 벽과 같고 천정에는 박쥐가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저~기 의료기구 위에는 악마새끼들이 지들끼리 모여 앉아 키득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다. 아~ 난 죽는걸까? 조금 큰 악마가 동굴로 들어오더니 내 혈관에 뭘 밀어 넣었다 뺐다 하더니 잘 안된다면서 날 침대째 들어 옮긴다. 엘리베이터를 태워 중앙수술실이란 동굴로 들어간다. 그러기까지 눈물을 흘리며 날 쫓아오느느 내 아내, 내 가족들… 미안하오… 거기 입구에서 눈이 씨뻘건 악마의 왕인듯한 존재가 나를 쳐다보며 곁눈질 한다. 역시 그 곳에도 천정엔 박쥐가 메달려 있고 군데 군데 도마뱀 같은 것들이 모여 앉아 나를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좀 더 크기가 큰 악마 몇마리가 칼과 도끼를 들고 와 내 가슴을 열어 젓힌다. 여기 저기 를 잡아 째더니 혈관이란 혈관은 다 헤집어 그 중에 하나를 찾아 ‘이건 쓸만하군’이라며 그걸로 내 심장 혈관에 이식을 한다. 도마뱀들과 박쥐들은 환호성을지르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이 모든 광경을 구경한다. 악마들이 열어젓힌 내 가슴을 닫으며 나도 꿈에서 깨어난다. ‘환자분 눈떠 보세요~’라는 외침이 저 멀리서 들린다. 난 회복실에 있다. 마취과 간호사인지 의사인지 들이 계속 날 두드리며 “환자분 눈또 보세요~‘를 반복한다. 나 다시 잠든다. 여전히 주변은 동굴 같다. 뭔가 손님 받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에게 와서 이런 저런 수치들을 측정해 간다. 저~ 멀리서 ’100줄, 200줄‘ 하는 소리기 들린다. 그럴 수록 여기 악마들을 더 바빠지는 듯하다. 나는 다시 깨어난다. 병실이다. 병실이 매우 넓고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중환실인 듯 하다. 가족들이 옆에 있다 다들 울고 있다. 미안하오… 면회시간 제한이 있는 듯 곧 나가야 하는 것 같다. 가족들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목에 꽂아놓은 튜브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손만 이리 저리 휘젓다가 ’You belong to us’라는 큰 환청을 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맞고 또 다시 의식을 잃었다. 붉은 화염에 휩사인 계급이 높은 악마인 듯한 놈들이 환자들을 하나하나 회진하듯 체크하고 있다. 옆에 따라 붙는 그 밑에 계급 마귀에게 언제가 절절한 타이밍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는 지시 등을 한다. 내 앞에 오더니 그냥 쓱 훑어 보더니, 준비 잘되 있지? 란 한마디만 하고 지나간다. 어차피 난 죽을 놈이라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분명히 수술 전 설명을 들을 때는 관상동맥 막힌 곳이 많지 않고 위치도 위험한 위치가 아니라 예후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근데, 이게 왠일이지? 알 수 없다. 그저 꿈일 뿐인가? 억지로 꿈에서 깨어 나려고 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면회시간에 찾아온 아내가 내 손을 잡아주자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의료진들은 내 의식상태가 의심으러운지 나 자신에게 설명하기보다,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모양이다. 그저 아내의 슬픔과 절망에 가득한 눈빛만이 내 상태를 설명할 뿐이다. 뭐가 잘못된 걸까? 도대체 뭐가 수술전에 들었던 설명들과는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갑지기 담당 간호사가 오더니 아내에게 뭔 ‘,,,이대로 치료를 계속하면,,, 소생 가능성이,,, 합병증이,,,그래서,,,연명치료를,,,’란 말들을 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듣기에도 몸시 찝찝한 말들인데 뭘 아내에게 원한단 말인가. 이 개새끼들아! 아내는 뭔가의 서류에 사인을 하더니 그렇게 운다. 나를 붙들고도 그러게 운다. 대충 상황파악은 되긴 하는데, 이렇게 내가 아직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늬들끼리 도장찍고 어쩌구 할 일인냐구??? 다시 한번 그 커다란 환청이 들려온다. ‘You belong to us’ 지옥에서도 영어를 쓰나? 다시 의식을 잃고 꿈속에 빠져 들었다. 여전리 칡흙같은 어둠속의 동굴같은 곳. 천정의 박쥐때와 중간 중간 모여있는 목도리도마뱀같이 생긴 악마들의 키득거림, 화염타는 소리와 그 화염에서 올라온 악마가 차트를 들고 내 상태를 살피는 그런 꿈이다. ‘좋아, 이정도면 얼마 안남았군. 여튼 이승에서 할 수 있는 고생은 다 시키고 데려 오라고. 그러는 편이 여기서 일하기가 편해.’ 이건 또 뭔 소린가? 이승에서 할 수 있는 거 다 해 보라고? 이건 놀리는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소리지만, 그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왠지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꿈에서 깨어나는데, 일반병실이다. 내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놨던 호스들, 그런 것들이 없고 그냥 링거 하나에 코에 산소마스크 하나 정도. 아내와는 힘들게 의사소통을 했다. 시술하다 건드리면 안되는 동맥을 건드려 응급으로 개흉술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에서 생체징후가 좋지 않아 심폐소생술도 하고 최선을 대했으나 다장기부전에 빠지고,,,여튼 이까지가 최선이고, 곧 죽을 것이란다. 죽기까지 연명치료는 미안하지만 거부한 상태라고 한다. 나는 힘들게 의사소통을 하여 잘 하였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또 울었다. 나는 또 잠들었다. 악마들과 졸개들이 내 차트를 보며 뭔가 못마땅한 듯 짜증을 부린다. 나에게 오더니, ‘넌 우리와 함께갈 것이다. 가족 앞으로 사망보험금이 나올 것이고, 너는 그들의 남은 삶을 우리와 함께 보게될 것이다. 가족이 의료소송에 뭐에 다 말려들어 쪽박차는 걸 보고 싶었으나 네가 꿈에서 깨어 그러지 말라고 한 것이 매우 원통하다’ 한다. 역시 이건 그냥 꿈이 아었구나.
그 악마가 내 팔을 잡고 말한다, ‘이제 가자, 너를 위한 환영회와 사후 세계가 준비되어 있다. 지체하지말고 가자’ 이때 저 멀리서 ‘김ㅂㅅ씨 오후 OO시XX분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말과 여러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나의 삶은 병원내의 방 몇개와 꿈속의 공간 몇개를 돌아다니다 하루만에 종말을 맞이했다.